[단독] 264억 들인 ‘프로젝트 한강’, 정작 실제 결제는 미집계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09.22 17:33  수정 2026.09.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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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거래 11만4880건에 예금·예금토큰 전환 포함

실제 결제 건수·금액·사용 지갑 수는 구분 안 돼

한은 “1단계는 시스템 기능 검증 목적…집계 안 해”

한국은행이 264억원을 투입한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에서 실제 결제실적을 파악하지 않은 채 이용자와 사용처를 늘린 2단계를 추진하면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한국은행(한은)이 264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의 1차 실거래에서 실제 상품·서비스 결제 규모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지갑 개설 수와 전체 거래 건수, 전환입금 규모는 집계했지만 이 가운데 몇 건이 실제 소비로 이어졌는지, 결제에 참여한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한은이 1차 실거래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자와 사용처를 대폭 늘린 2단계를 추진하는 만큼, 사업 확대에 앞서 실질적인 이용 성과부터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은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1차 실거래의 실제 상품·서비스 결제 건수와 금액, 결제에 사용된 전자지갑 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았다.


김 의원실이 전체 거래를 실제 결제와 예금·예금토큰 간 전환으로 나눠 세부 실적을 요구하자 한은은 “거래 내역 등을 별도로 파악하지 않아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1차 실거래에서는 7개 은행을 통해 전자지갑 8만1000개가 개설되고 총 11만488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전체 거래에는 상품·서비스 대금 결제뿐 아니라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바꾸거나 다시 예금으로 되돌리는 거래도 포함됐다. 예금에서 예금토큰으로 전환된 금액은 약 16억4000만원이었다.


전체 거래를 전자지갑 수로 단순 환산하면 지갑 한 개당 약 1.4건이다.


실제 상품·서비스 결제는 이보다 적지만 한은이 거래 유형별 실적을 구분하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확인할 수 없다.


지급수단 활용도 본다더니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발행한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기반으로 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실제 지급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사업이다.


1차 실거래에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참여했다.


이용자는 참가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전자지갑을 개설한 뒤 자신의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지정된 사용처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다.


결제는 교보문고와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과 땡겨요, 모드하우스, 현대홈쇼핑 등 온라인 사용처에서 이뤄졌다.


서울시 청년문화패스와 대구시 도서관 회원 바우처, 신라대 신입생 지원 바우처에도 예금토큰이 활용됐다.


한은은 ‘1차 실거래 파일럿 결과보고서’에서 사업 목적을 ▲통합원장 기반 디지털화폐 시스템 구축 가능성 ▲예금토큰의 지급수단 활용 가능성과 편익 ▲프로그래밍 기능이 부여된 예금토큰의 효용 ▲분산원장 기반 지급결제 인프라의 제도적 수용 가능성 점검 등 네 가지로 제시했다.


특히 전자지갑을 발급한 은행과 관계없이 예금토큰을 상품·서비스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처가 판매대금을 즉시 받으면서 수수료 부담도 줄일 수 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서두에서도 금융기관과 이용자가 실제 참여하는 환경에서 시스템의 작동 여부와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거래를 추진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급수단 활용도를 보여줄 실제 결제 건수와 금액, 결제에 사용된 전자지갑 수는 집계 대상에서 빠졌다.


예금토큰으로 결제하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분석하지 않은 것이다.


한은 “시스템 작동 확인 목적”


한은은 1차 실거래가 이용성과를 측정하기보다 시스템 기능을 검증하는 단계였다는 입장이다.


예금토큰의 발행과 소각, 결제·정산, 은행 간 이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세부 실적을 파악하지 않은 이유로 제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는 어디에서 많이 사용했는지 등 이용행태를 분석하기보다 전체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를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며 “이용자들이 어디에서 사용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 일부러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전자지갑 개설 수와 전체 거래 건수, 예금에서 예금토큰으로 전환된 금액 등 총량만 집계했다.


실제 상품·서비스 결제 건수와 금액, 결제에 사용된 지갑 수는 별도로 파악하지 않았다.


다만 개인별 구매처나 품목을 확인하는 것과 익명화된 전체 결제실적을 집계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의원실이 요구한 자료 역시 개인의 소비 내역이 아니라 전체 결제 건수와 금액, 실사용 지갑 수였다.


이 같은 집계 방식은 결과보고서의 이용성과 평가에도 한계를 남겼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프로젝트 한강의 이용자 규모는 일정 수준 확보됐으나 예금토큰의 물품 및 서비스 구매는 활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전자지갑 개설 수에 비해 전체 거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용자들이 예금토큰을 몇 차례 체험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자지갑 8만1000개 중 실제 결제에 사용된 지갑이 몇 개인지, 예금토큰으로 전환된 16억4000만원 가운데 얼마가 구매에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지갑 개설과 예금토큰 전환이 실제 소비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줄 지표가 빠진 셈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사용처 확대와 인센티브 보완, 인증 절차 간소화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용자 설문을 통해 개선 방향은 찾았지만 세부 결제실적이 없어 향후 해당 조치가 실제 이용을 얼마나 늘렸는지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전자지갑 개설 수와 예금토큰 전환액만으로는 지급수단으로서의 활용도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는 2단계에서는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제 결제 건수와 금액, 실사용 지갑 수 등을 집계해 이용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구축비 넘는 운영비, 실효성은


이용성과 지표의 공백은 2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문제와도 맞물린다.


프로젝트 한강 관련 계약 및 집행 규모는 총 264억800만원이다. 한은은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LG CNS와 96억7700만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했고, 이후 지난해 운영·개선에 총 68억500만원을 투입했다.


올해 운영·개선 계약 규모는 99억2600만원으로 최초 구축비보다 2억4900만원 많다.


앞서 진행한 CBDC 모의실험과 금융기관 연계실험까지 포함하면 디지털화폐 연구·실험 관련 전체 규모는 315억3800만원에 달한다.


운영·개선비에는 기능 확장과 추가 개발 비용이 포함될 수 있어 최초 구축비를 웃돈다는 이유만으로 과다 지출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1차 실거래의 실제 결제 건수와 금액, 실사용 지갑 수가 파악되지 않아 추가 투입이 이용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기준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예금토큰의 정식 도입과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2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 한도를 기존 10만명에서 50만명으로 늘리고 사용처와 연계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상당한 운영·개선비가 투입되는 만큼 2단계에서는 실제 결제와 반복 이용을 측정할 성과지표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갖추지 않은 채 사업 규모만 확대할 경우 추가 비용이 그에 걸맞은 이용성과와 편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 역시 “2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1단계 성과부터 구체적으로 집계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1년간의 시스템 운영·개선비가 기존 구축비보다 큰 만큼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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