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부세율 19.24% 유지한 채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빼내
경북 "현행 배분구조 적용하면 내년 보통교부세 4조5000억원 감소"
대구도 2조5000억원→1조7400억원 추산... 7600억원 감소 우려
"용도 제한 없는 자율재원 줄면 지방정부 정책 선택권도 축소"
추경호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북도 제공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조성을 위해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을 손질하려 하자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지방 몫부터 보장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방교부세율을 현행 19.24%에서 22% 안팎으로 높이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인상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교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내국세 범위를 줄이는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지방의 재정자율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구·경북은 미래산업 투자와 세수 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조성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방으로 돌아갈 재원이 줄어들 수 있는 현행 개편 방식에는 반대하고 있다.
쟁점은 지방교부세율과 이를 적용하는 산정 기준이다. 현행 지방교부세율은 내국세의 19.24%다. 정부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은 이 비율은 유지했지만 지방교부세 재원이 되는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을 먼저 제외하도록 했다.
현행 방식이 '내국세×19.24%'라면 개정안은 '(내국세-미래대응기금 전입금)×19.24%'가 되는 구조다.
대구·경북은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교부세율을 오히려 높이는 방향의 재정분권 논의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을 반대한다.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는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에 현행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22%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같은 달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부세율을 2~3%포인트 높여 22~23%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방교부세율 상향 방침이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1월에도 지방교부세율과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지방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미래대응기금 관련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에서는 교부세율을 현행 19.24%로 유지했지만 교부세의 기준이 되는 내국세의 범위는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1일 경북도청을 찾은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재원을 지방의 자주재원을 축소해 마련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방 몫을 우선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경북도는 정부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현행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으로 계산하면 내년 경북지역 보통교부세가 4조5000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도 관계자는 22일 "올해 전체 교부세 가운데 경북이 차지한 배분 비율을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입해 계산한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내년도 지역별 교부세 배분액을 산정 중이고 교부세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북도가 우려하는 것은 정부 전체 교부세 규모가 늘어난다고 해서 경북에 배분되는 교부세까지 반드시 같은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부세는 전체 재원 규모와 함께 각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수요가 반영되는 만큼 지역 별로 실제 배분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특히 도내 시·군에 미칠 영향도 우려한다. 경북은 면적이 넓고 시·군이 많은 데다 자체 세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도 적지 않아 지방재정에서 교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도는 2026년 배분 구조를 토대로 추산할 경우 포항시와 안동시 등 교부세 규모가 큰 시·군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난 3일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과 관련해 현행 지방교부세 제도에 따라 지방에 돌아갈 재원을 먼저 배분한 뒤 남은 추가 세수를 기금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김 차관에게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행안부도 당시 김 차관이 추 시장을 만나 미래대응기금과 지방교부세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추 시장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보통교부세 점유율 2.57%를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현행 산정 방식을 적용하면 내년도 보통교부세가 약 2조5000억원이지만 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약 1조7400억원으로 76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이 문제 삼는 또 다른 부분은 지방으로 내려오는 '돈의 성격'이다.
보통교부세는 원칙적으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재원이다. 지방정부가 지역별 여건에 따라 복지와 기반시설, 현안사업, 국비사업에 필요한 지방비 등에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미래대응기금이 중앙정부가 정한 개별 사업 중심으로 배분되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분야와 방식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보통교부세가 줄어든다는 것은 도지사나 시장·군수가 지역 주민을 위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특정 사업 하나의 예산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정책 선택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대응기금에서 지방에 내려오는 돈이 일반재원 형태라면 보통교부세와 유사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개별 사업으로 편성되면 기존 국비 사업과 큰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며 "지방정부가 다시 사업을 신청하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은 교부세 산정 기준을 바꾸는 문제와 함께 교부세율 상향 논의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교부세율 인상은 하지 않으면서 현행 제도에서 지방에 돌아갈 재원까지 기금으로 가져가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경북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도지사는 "지방이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분권"이라며 "국가와 지방이 재정적으로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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