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대표, 직접 뽑아라"…은행 임추위 권한 확대 릴레이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9.23 07:02  수정 2026.09.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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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BNK 이어 KB도 검토

당국 '제왕적 인사' 쇄신 압박 반영

무늬만 자율·경영권 침해 팽팽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반영해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각 사

주요 금융지주들이 지주 회장에게 집중됐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주도권을 핵심 계열사인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분산하고 있다.


지주사의 제왕적 인사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연이은 쇄신 압박에 보폭을 맞추려는 조치다.


다만 추천권 부여만으로는 지주 중심의 인사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회의론과 함께 지주 고유 권한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12개 자회사 CEO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더욱이 은행 임추위에 자회사 승계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하고, 후보군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기로 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주 중심의 후보 압축 과정에 은행 임추위의 의견을 사전에 반영해 투명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앞서 16일 BNK금융지주 임추위 역시 자회사 9곳의 경영 승계 절차에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계획 적정성 점검 및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이번 의결에 따라 전 자회사의 경영승계 개시 시점을 임기 만료 3개월 전으로 일원화했다.


특히 은행 CEO 선임 과정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적극 반영해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대폭 확대했다.


은행 임추위가 직접 CEO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단계별 후보자 정보 공유, 지주 최종면접 참관 및 의견 개진 권한까지 명문화했다.


KB금융지주 역시 자회사 CEO 인선 과정에서 은행 임추위의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다수 금융지주의 자회사 CEO 선임은 지주 회장의 입김이 절대적인 구조다.


지주의 회장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자추위가 단독 후보를 통보하면, 은행 등 자회사 임추위는 이를 형식적으로 심의·가결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치는 절차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최근 들어 주요 금융지주가 잇따라 인사 규정을 손질하는 배경에는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자리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대부분 금융지주가 마련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는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까지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열리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서도 이 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당부사항을 거듭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임추위 권한 확대의 실효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우선 추천권 신설만으로는 오랜 기간 고착화된 지주 중심 인사 구조를 허물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평상시 후보군 육성·관리 체계 자체가 지주에 종속돼 있고, 최종 압축과 표결 단계가 여전히 지주 자추위 손에 쥐어져 있다면 무늬만 자율 인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대표 인사권은 지주 회장과 지주 이사회의 본질적인 경영 통제 권한인 점을 들어,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연말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율성과 실질적 효능을 모두 갖추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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