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송치, 노조비 2000만원 들여 선처 탄원
장인 업체 계약·타임오프 중단 발언 이어 카드 포인트 귀속 의혹까지
문제 제기한 DX 간부 2명은 불신임 투표... 동행노조와 노노 갈등도 격화
한때 7만6000명 과반노조서 DX 가입률 1%로, 향후 DS 중심 재편 수순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뉴시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서는 노조 차원의 선처 탄원이 진행되는 반면, 최 위원장을 둘러싼 조합비 집행 문제 등을 제기한 내부 간부들은 불신임 투표에 올랐다.
한때 조합원 7만명을 넘기며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에 올랐던 초기업노조는 최근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 이탈과 집행부 내홍까지 겹치며 조직 재편에 들어간 상태다.
'블랙리스트' 송치 위원장엔 선처…조합비 집행 의혹까지
18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지난 16일부터 최 위원장 등에 대한 선처 탄원 서명을 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한 혐의로 이달 초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노조는 약 3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탄원을 추진하면서 온라인 전자서명 업체 이용 비용 등에 약 2000만원의 노조 자금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정당한 노조 활동 과정에서 조합원이 신분상·재산상 불이익을 받을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규약상 '신분 보장' 조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노조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셀프 선처'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형사사건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공동투쟁본부 구성 이후 집회용 조끼 등 물품을 자신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업체와의 집회 물품 거래 규모는 약 3억7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최 위원장이 직접 금전적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에만 있지 않다. 조합원이 낸 조합비가 위원장의 친족이 운영하는 업체와의 거래에 쓰인 만큼 계약 상대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조합비 집행의 투명성이 확보됐느냐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복수 업체의 가격과 품질, 납품 가능 일정 등을 비교한 결과 장인 업체의 조건이 가장 유리했고 공동투쟁본부 집행부 동의도 거쳤다"며 특혜 계약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자신이나 친족에게 리베이트나 수수료 등 별도의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는 친족 업체와의 거래를 원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뒤이어 조합비 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와 포인트가 최승호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다시 한번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은 약 4억2596만원 규모의 카드 결제 내역을 문제 삼았다. 이 가운데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520만원이 법인카드와 개인 명의 제휴카드 등으로 나뉘어 결제됐지만 관련 마일리지 등이 조합에 귀속된 기록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백화점에서 조합 물품을 구매한 전표 43건 가운데 41건, 1억1229만원 상당의 영수증에는 '최*호'라는 이름과 약 11만 포인트의 적립 내역이 표시됐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문제 제기 간부는 '불신임'…보복성 조치 논란도
이런 가운데 최 위원장 관련 문제를 제기해온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은 현재 불신임 투표 대상에 올라 있다. 초기업노조는 두 사람이 장인 업체 거래 내용을 외부에 알리고 최 위원장 퇴진을 논의하는 등 '노조 와해 작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된다. 각각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앞서 장인 업체 계약 과정에 대한 내부 감사를 요구한 간부를 상대로 근로시간면제 적용 중단과 현업 복귀 등이 거론된 사실도 알려지며 보복성 조치 논란이 불거졌다. 최 위원장의 노조 운영과 조합비 집행을 둘러싼 내부 문제 제기가 지도부 간 충돌로 번진 것이다.
초기업노조는 비판 여론의 또 다른 축인 삼성전자 노조동행(동행노조)을 상대로도 공식 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최 위원장과 삼성전자 임직원을 겨냥한 폭력적·비하성 표현이 오갔다며 사실 확인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초기업노조는 일부 발언을 동행노조의 공식 입장으로 일반화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조합원 인증을 거쳐 입장하는 소통방인 만큼 운영 주체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공문에 첨부된 내용은 전체 제보 내용의 5% 정도"라며 법무법인을 통한 대응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7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과반노조에서 DS 중심으로…DX 이탈에 노조 지형도 분화
집행부 내홍은 초기업노조의 조직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DX부문 조합원을 빠르게 끌어모으며 지난 4월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가 됐다. 조합원 수는 한때 7만6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임금·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사업부별 보상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커지면서 조합원 이탈이 이어졌다. 지난 6월에는 조합원 수가 5만8000명대로 줄며 과반 지위를 잃었다. 특히 DX부문의 이탈 폭이 컸다. 초기업노조 자료 기준 DX 직원 가운데 초기업노조 조합원 비율은 지난 3월 말 28.1%에서 8월 말 1.0%까지 떨어졌다.
초기업노조는 현재 신규 가입 자격을 DS부문 직원으로 한정하는 규약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규 DX 직원의 가입이 제한되고 기존 DX 조합원 역시 조직에서 빠지게 돼 사실상 반도체 사업 중심 노조로 재편된다.
DX부문에서는 별도 노조인 동행노조가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DX부문 추가 보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앞선 임금교섭 과정에서도 DX부문의 보상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초기업노조가 주도한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한 바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에 올랐던 초기업노조는 불과 수개월 만에 과반 지위를 잃은 데 이어 DX 이탈과 집행부 내홍, DS 중심 조직 재편을 동시에 겪고 있다. 내부 간부 불신임 투표와 가입 자격 변경안에 대한 표결은 오는 22일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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