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경기 7승 2패 ERA 3.47…늦은 데뷔에도 선발진 한 축
10승 달성 시 소형준 이후 6년 만이자 역대 10번째 기록
순수 고졸 신인 10승에 도전하는 김민준. ⓒ 뉴시스
KBO리그 역사에서 ‘순수 고졸 신인 10승’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대기록이다. 4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 동안 단 9명에게만 허락된 이 고지에 SSG 랜더스의 ‘대형 루키’ 김민준이 도전장을 던졌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김민준은 입단 순간부터 팀의 미래이자 즉시 전력감으로 꼽혔다.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시범경기까지 이숭용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며 개막 5선발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개막 직전 예기치 못한 악재가 찾아왔다. 오른쪽 어깨 근육 미세 손상 진단을 받은 것. 구단은 조급해하지 않고 김민준에게 충분한 회복과 재활 시간을 부여했다.
6월이 되어서야 마침내 1군 마운드를 밟은 김민준의 성장 속도는 무서웠다. 14경기에 등판해 72.2이닝을 투구하며 7승 2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 중이다. 14경기 중 무려 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할 만큼 피칭의 기복이 없고 안정적이다.
당초 늦은 출발 탓에 스스로 설정했던 시즌 목표는 ‘5승’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2일 인천 롯데전에서 5승을 조기 달성하자 목표를 7승으로 수정했고, 이달 5일 두산전과 15일 KIA전에서 연거푸 승리 투수가 되며 7승 고지마저 가볍게 점령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데뷔 첫해 ‘두 자릿수 승리’라는 꿈의 무대로 향한다.
김민준의 가파른 상승세 배경에는 완성도 높은 구종 조합이 있다. 타자 앞에서 묵직하게 들어오는 십자 형태의 직구와 유사한 궤적으로 들어오다가 홈플레이트 인근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의 조화가 일품이다. 상대 타자들은 직구와 포크볼의 궤적을 구별하지 못해 헛스윙을 연발하기 일쑤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에게 조언을 얻어 가다듬은 슬라이더까지 예리함을 더했다.
구위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신인답지 않은 '배짱'이다. 지난 7월 7일 잠실 두산전이 대표적이다. 팀이 9연패 늪에 빠져 자칫 짓눌릴 수 있는 중압감 속에서 선발로 나선 김민준은 6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팀을 구했다. 당시 이숭용 감독이 "막둥이가 가장 베테랑처럼 던졌다. 부담감을 이겨낸 멘털이 대단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다.
순수 고졸 신인 10승에 도전하는 김민준. ⓒ 뉴시스
현재 정규시즌 잔여 일정이 14경기 남은 상황에서 김민준에게 남은 등판 기회는 약 3~4차례로 예상된다. 승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이숭용 감독 역시 선수 보호 틀 안에서 김민준의 10승 도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프로야구 45년 역사상 순수 고졸 신인이 데뷔 첫해 선발 10승을 달성한 사례는 단 9번뿐이다. 1992년 염종석(롯데·15승), 정민철(빙그레·13승)을 시작으로 1994년 주형광(롯데·11승), 1998년 김수경(현대·11승), 2000년 조규수(한화·10승), 2002년 김진우(KIA·12승), 2004년 오주원(현대·10승), 2006년 류현진(한화·18승), 2020년 소형준(KT·13승)이 그들이다.
김민준이 남은 등판에서 3승을 보태 10승을 채운다면, 소형준 이후 6년 만이자 역대 10번째 '대형 신인 선발 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김민준의 10승 달성 여부는 올 시즌 신인왕 향방에도 미치는 파장이 크다. 현재 신인왕 레이스 선두는 한화 이글스의 '중고 신인' 포수 허인서다. 2022년 입단 후 올 시즌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한 허인서는 113경기에서 타율 0.294 19홈런 71타점 OPS 0.858을 찍으며 타격 재능을 대폭발시키고 있다.
그러나 김민준이 6월 데뷔라는 불리함을 이겨내고 '고졸 신인 10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순수 고졸 신인이라는 프리미엄과 10승이 가지는 상징성이 합쳐질 경우, 신인왕 투표 향방은 순식간에 안개 속에 갇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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