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비자 보호 1년’ 성과 공개…금융회사 관행 바꿀까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9.18 06:25  수정 2026.09.1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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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분쟁 처리 30.8% 증가…금감원도 “현장 변화 부족” 자평

단기실적 중심 KPI·판매유인 구조 개선…금융사 자체 민원체계도 손질

상품 설계부터 CCO 거부권…이찬진 “소비자 선택권 실질적으로 강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지난 1년간 추진한 금융소비자보호 성과를 공개하고, 앞으로는 금융회사의 상품 판매와 민원 처리 관행을 실제로 바꾸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조직 개편과 제도 정비 성과를 내놨지만 “금융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결국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금융회사 현장이 얼마나 달라질지가 향후 소비자보호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는 이찬진 금감원장과 임원진, 금융소비자, 금융업계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김욱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 부원장보는 이날 지난 1년간 추진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과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올해 1월 조직 개편을 통해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신설하고 분쟁조정 기능을 업권별 감독부서로 이관했다.


민원과 분쟁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를 감독·검사에 바로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민원·분쟁에서 감독·검사와 제도 개선으로 환류한 사례는 94건으로 집계됐다.


일부 지표에서는 소비자 피해 구제와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금감원의 민원·분쟁 처리 건수는 5만9970건에서 7만8462건으로 1년 전보다 30.8% 늘었다.


접수 자체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처리 역량을 확대한 결과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티몬·위메프 여행·항공상품 분쟁에서는 분쟁조정 기준을 마련해 동일 유형 1만1696건, 132억2000만원 규모의 피해 구제 기준을 제시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금융·통신·수사기관 간 의심정보 공유와 AI 분석을 강화한 결과 올해 1~7월 발생 건수가 1만4707건에서 7940건으로 46.0% 줄고 피해액도 7776억원에서 3614억원으로 53.5% 감소했다.


다만 이날 행사의 초점은 성과 자체보다 이를 실제 금융현장의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김욱배 소비자보호총괄 부원장보는 이날 발표에서 “그간의 제도개선이 금융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금융상품 판매 유인구조 역시 여전히 소비자 이익보다 단기실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의 경우 선취수수료 비중이 91.7%에 달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현장 토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문미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접하는 금융 현장이 실제로 바뀌었느냐 하는 것”이라며 “좋은 가이드라인과 법안들이 만들어져도 일선 현장에서는 단기 실적 중심의 KPI와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 뒤로 밀려나게 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당국이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 소비자보호가 완성되기는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소비자 보호가 당국의 규제 중심, 당국 주도 중심으로 흐르면 제대로 정착하기 쉽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경영 철학을 내재화하고 고객 만족이 이익의 원천이라는 철학 아래 스스로 반영해 나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단기실적 중심 영업 관행부터 손볼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특정 상품 판매 쏠림을 막기 위해 성과평가 배점을 균형 있게 설계하고 민원 발생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보호 지표 반영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업권별 최고경영진(C-level) 간담회와 실태점검을 강화해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 체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회사의 자체 민원·분쟁 처리체계도 개선한다. 금감원은 올해 초 금융회사들의 민원·분쟁 시스템 전반을 실태조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 모범관행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욱배 부원장보는 “민원을 접수하는 방식부터 처리, 사후관리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포함하고 있다”며 콜센터 대기시간이 길거나 AI 챗봇을 반복적으로 거치게 하는 방식 등 소비자가 실제로 겪는 불편도 개선 대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자체 민원 처리 역량을 강조하는 것은 민원·분쟁 자체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분쟁은 지난해 3분기 3만4628건에서 올해 2분기 4만668건으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자체 민원·분쟁 처리 전문성과 역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상품 설계 단계에서 소비자 피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올해 4분기 중 전 업권에 공통 적용하는 금융상품 설계·제조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에 상품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에게 상품 출시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상품의 핵심 위험과 목표시장, 비용 구조 등을 판매 전에 심사하도록 해 사후 배상보다 사전 예방에 무게를 싣겠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 마련이 실제 관행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이날 한 참석자는 금감원의 성과 발표를 두고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구축을 잘했다는 홍보대회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향후에는 구체적으로 실현된 성과 위주의 보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도 올해가 조직과 제도의 큰 틀을 갖추는 데 집중한 첫해였던 만큼 향후에는 보다 구체적인 성과와 사례 중심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기능을 작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양질의 서비스 상품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감독 기능을 작동시키겠다”며 “충분히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알기 쉬운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기능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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