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정, 명태균과 나눈 통화 녹음파일 재판부 제출
"오 시장 별개로 직접 여론조사 의뢰" 취지 발언
재판부, 오는 16일 재판서 증거 채택 여부 결정 예정
오세훈 서울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에 오 시장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다. 대납 당사자로 지목된 사업가 김한정씨와 명씨가 나눈 통화 녹음으로, 김씨가 오 시장과 별개로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 측은 최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에 김씨와 명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김한정 녹취파일, 2021년 3월 생성…오 시장이 여론조사 지시한 것 아니라는 정황 뒷받침
특히 해당 녹음파일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새롭게 녹음된 것이 아닌 실제 여론조사와 비용 지급이 이뤄지던 2021년 3월6일과 13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당시 오 시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의 핵심인 여론조사 의뢰 주체와 비용 지급 경위를 당사자들이 당시 어떤 인식으로 논의했는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증거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음에서 김씨는 명씨에게 "'프로테이지(여론 지지율) 잘 나오게 하겠습니다' 해서 나는 뭐 니 얘기 듣고 했는데, 그 결과가 그래 안 되고"라고 말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해 이를 믿고 김씨가 의뢰했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씨는 또 "이 양반 돕고 싶어서 내가 일을 했잖아", "거기서 원해,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김씨가 오 시장의 요청이나 관여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이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기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통화에는 명씨가 "나는 형님(김씨)하고 오 시장하고의 관계를 잘 몰랐으니까", "오 시장이 (김씨를) 직접 소개시켜준 게 아니다", "오 시장 관계없이 형님하고, 형님이 그래 도와 주고 해서"라고 말한 내용도 포함됐다.
김씨 측은 이 발언 역시 오 시장이 자신을 여론조사 비용을 부담할 사람으로 소개했다는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김씨 측은 녹음파일을 근거로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구하거나 지시할 동기가 있었다는 공소사실의 전제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태균, 김한정에게 직접 금전 요구…"오세훈에게는 돈 요구 안한다"
녹취 내용을 보면 명태균이 오 시장 선거 캠프 측 인사가 아닌 김한정에게 직접 돈을 요구한 정황이 더욱 뚜렷해진다.
2001년 3월13일 통화에서 명씨는 김한정에게 "돈 3000만원 날아갔어예", "화요일 날 돈 더 돌려주십시오"라고 직접 금전을 요구한다. 동시에 "내가 오세훈이한테 10원짜리 하나 달란 말 안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명씨가 진행한 여론조사의 비용 납부 주체가 오 시장 측이 아닌 김한정 측이었음을 증명하는 내용이다.
3월6일 통화에서도 지상욱 전 의원이 나중에 오세훈에게 (여론조사가 진행된)관련 내용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걱정하지 마이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라고 김한정을 달랜다. 이는 여론조사 자체가 오 시장이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됐으며, 최소한 여론조사 진행에 있어서 오 시장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김한정 측은 이러한 통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오세훈의 요청에 따라 김한정이 비용을 대납했다는 구조가 아니라, 명태균이 김한정을 직접 설득하고 압박하면서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는 정반대의 정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해당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해 재판에서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오랜 후원자인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의해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지급했다고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나 임용이 제한되며, 이미 취임·임용된 경우에는 퇴직해야 한다.
함께 기소된 오 시장의 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벌금 300만원, 김한정씨는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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