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재제청 요구 2주 넘게 고심…공식 입장 주목
기존 후보 재제청·추천위 재구성 두고 선택지 검토
대법관 2석 공백…아태 대법원장회의 전 결론 시점 변수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2주 넘게 후속 절차를 고심하면서 이번주 중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 대법원장이 결정을 또 미룰 경우 대법관 공백 장기화와 주요 사건 심리 지연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한 이후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퇴근길에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부친상 등으로 발표가 미뤄졌다. 대법원도 지난 4일 제청 관련 사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입장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에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같은 날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야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재제청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자 4명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할지, 추천위를 새로 구성할지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후보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하면 인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청와대가 사실상 제청 대상을 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면 제청권의 독립성을 강조할 수 있지만 후보 추천부터 다시 진행해야 해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
이번주에는 조 대법원장이 결론을 내릴 만한 일정도 겹쳐 있다. 우선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이흥구 전 대법관 자리의 공백은 이달 중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이 이뤄져야 후속 절차가 시작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10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등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도 변수다. 조 대법원장이 국제회의를 앞두고 입장을 내놓을 경우 대법관 제청 갈등이 국제 사법행사의 의미를 가릴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회의 전 입장을 밝히거나 회의가 끝난 뒤로 발표를 미룰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이르면 이번주 초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회의 이후까지 결정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온다.
결정을 계속 미룰 경우 대법관 공백에 따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흥구 대법관이 지난 7일 퇴임하면서 현재 대법관 2명이 공석인 상태다. 김 후보자의 인선이 마무리되더라도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비게 된다. 전원합의체는 일부 대법관이 빠져도 운영할 수 있지만 주요 사건 심리와 선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백이 장기화하면 재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판사 출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이번주 결론을 내리더라도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기존 후보 중 한 명을 재제청하면 대법관 공백을 줄일 수 있지만 청와대가 요구한 방식에 따랐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결정을 계속 미루는 방식 역시 사법부 독립을 위한 신중한 판단으로만 평가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대법관 공백으로 실제 재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 대법원장이 어떤 절차를 선택할지뿐 아니라 언제 결론을 내릴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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