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0명 스스로 목숨 끊는데…사회구조 빠진 '자살예방법'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9.08 07:00  수정 2026.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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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 자살 29.6%·30~50대 자살률 급증…개인·심리 대응에 무게

추락 사망 19%에도 옥상·교량 관리 사각지대…안전시설 지원 지역별 격차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자살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적 대응은 개인의 위험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데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빈곤, 실업, 사회적 고립 등 자살 위험을 높이는 사회구조적 요인과 옥상, 고층건물, 교량 등 위험장소에 대한 관리 책임을 법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4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1만4872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평균 40.7명꼴이다.


특히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는 30~5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3년과 비교해 자살률은 30대 14.9%, 40대 14.7%, 50대 12.2% 증가했다. 20대는 1.6%, 10대는 1.4% 늘었다. 반면 70대는 8.7%, 80세 이상은 10.3% 감소했다.


자살 원인에서도 사회·경제적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2024년 자살 동기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35.4%로 가장 많았다. 경제생활 문제가 29.6%로 뒤를 이었고 육체적 질병 문제 15.2%, 가정 문제 4.7%,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 3.3% 순이었다.


하지만 현행 자살예방법은 자살위험자를 개인 단위로 파악하고 자살수단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살위험을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차단하고 자살예방 인식을 홍보·교육하는 등 개인적·심리적 접근에도 무게를 둔다.


고립, 빈곤, 실업 등 사회구조적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관계부처가 보건의료, 복지, 교육, 노동 등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연계할 법적 기반도 충분하지 않다.


자살 위험이 높은 물리적 장소도 법의 사각지대로 꼽혔다. 현행법에는 자살에 활용되는 '자살위해물건'과 온라인상의 '자살유발정보'를 관리할 근거가 있지만 옥상, 고층건물, 교량 등 반복적으로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장소·시설에 대한 관리체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2023년 전체 자살 사망자의 19.0%는 추락으로 숨졌다. 특히 9~24세에서는 추락이 전체 자살수단의 46.8%를 차지했다.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일부 건물에 의무화됐지만 기존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국 221개 시군구 가운데 89곳이 자동개폐기 설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지역에 따라 공동주택 단지 1곳에서 60곳까지 차이가 났다.


교량, 고층건물 등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추락방지 사업의 지역 격차도 컸다.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시도는 서울, 대구, 세종, 전남 등 4곳에 불과했다. 물리적 자살유발환경 관리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재정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입법처는 반복적으로 자살이 발생하는 장소·시설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모니터링, 재정지원, 관계기관 협력 등을 포괄하는 '자살수단 차단체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건축법과 도로법을 개정해 기존 건물 옥상과 교량 등에도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아울러 자살고위험군이 경제, 고용, 주거, 법률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겪는 점을 고려해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사업 범위에 자살예방법을 포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자살예방법에 사회구조적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내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보건의료, 복지, 교육, 노동 등 관련 정책과 자살예방정책을 연계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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