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가 한방·요양병원서 투잡"…의협, 지역·필수의료 대책 보완 촉구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20 15:56  수정 2026.08.20 16:01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례브리핑

“의료행위 한시허용 조치, 적용 대상·관리체계 손질해야”

내주 의정협의체서 제도 개선 논의…밀양 분만병원 폐업엔 “지원 확대 필요”

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지역·필수의료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 중인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한시허용 조치’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경남 밀양의 유일한 분만의료기관 폐업을 두고도 지역 필수의료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2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한시허용 조치의 운영 실태가 확인됐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약 11개월간 개원의가 자신의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사례는 100건이었고, 이 가운데 한방병원 19건, 요양병원 13건 등 32건은 필수의료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이미 이 조치의 실효성 부족과 부작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며 “당시 협회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으며, 이번에 확인된 실태는 정부가 책상 위에서 설계한 정책이 의료현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한시허용 조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개원의 등 의료기관 개설자가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의료법상 개원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진료해야 했지만, 한시허용 조치로 이 같은 제한이 완화되면서 보건소와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등에서도 파트타임 등의 형태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의협은 필수의료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한 조치가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용 대상과 관리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필수의료 인력 공백 해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의료기관에서의 근무는 적용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며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관리·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운영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안을 다음 주 예정된 의정협의체 주요 안건으로 상정해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라며 “정부 역시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 운영이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보완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임시방편이 아닌 실질적인 해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밀양의 유일한 분만의료기관인 ‘제일병원’의 폐업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역 분만의료 붕괴를 특정 지역의 문제나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난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지역 필수의료 붕괴의 신호”라며 “분만은 24시간 365일 의료진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영역으로,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논리에 맡길 수 없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 분만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는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에서도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아·응급·중증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과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마련하고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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