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구입에 LTV 최대 80%
매물 출회 압박 속 청년 구매력 확대
기존 보유자 '출구'로 작동할 우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청년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는 집을 팔라고 압박하면서 청년에게는 빌라를 살 수 있도록 대출 문턱을 낮춰주겠다고 한다.
당장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청년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파트를 내 집 마련의 첫걸음으로 삼도록 지원한단 구상이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 청년층 빌라 매입 지원 두 가지를 각각 떼어놓고 보면 명분은 있다.
하지만 함께 놓고 보면 정부가 그리는 '주거 사다리'가 과연 청년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금융당국은 8·13부동산대책을 통해 내년 1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만 39세 이하,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이 4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정책모기지다.
수도권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 비규제지역에서는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수도권 비아파트 평균 월세가 8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비슷한 금액을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돌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단 설명이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이용해도 현행 생애최초 LTV 우대 혜택은 그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빌라에 살면서 자산을 형성한 뒤 향후 아파트 등으로 갈아탈 수 있는 '주거 사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실수요 청년을 지원하면서 한편으론 다주택자에게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일명 '똘똘한 한 채'를 제외하고 시장에 내놓는 매물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청년들이 흡수하는 구조다.
물론 정부가 시장에 나온 비아파트 매물을 청년에게 떠넘기기 위해 정책을 설계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 의도대로 시장은 흘러가지 않는다.
정책금융을 통해 비아파트 시장에 청년이라는 새로운 매수 수요가 유입되면 기존 보유자 입장에서는 매물을 처분할 '출구'가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말하는 '주거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러면 다음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빌라를 산 청년의 '출구'는 어디인가.
청년들이 비아파트를 꺼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국토연구원의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 정책 과제'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선호하는 주택 유형으로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선택했다.
청년 가구의 51.0%가 비아파트에 임차로 거주하고 있었지만, 비아파트 자가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시세를 판단하기 어렵고, 원하는 시점에 제값을 받고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전세사기 사태를 경험한 뒤로 시장 신뢰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로 비아파트에 '사는 것'(live)과 자산을 투입해 비아파트를 '사는 것'(buy)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
월세는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이지만 주택 매수는 자기자본과 부채를 투입해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취득하는 행위다.
매달 지출하는 금액이 비슷하더라도 수억원의 빚을 내서 산 집의 가격이 떨어지거나 필요할 때 팔리지 않는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특히 LTV를 최대 80%까지 활용하는 청년이라면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말하는 '주거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저 청년에게 첫 집을 살 돈만 빌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다주택자를 옥죄 시장에 나온 빌라를 청년이 정책대출을 받아 매수한 뒤, 정작 청년 스스로는 해당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금 발 디딘 칸에서 다음 칸으로 옮겨가지 못한다면 이를 '주거 사다리'라고 부르긴 어렵다.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 빌라의 자산가치 및 환금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청년들의 구매력만 높이는 정책은 누구를 향한 지원인지 따져봐야 한다.
오르라고 놓은 사다리라면 적어도 첫 칸에 올라선 청년들에게 그곳에 영영 발이 묶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부터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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