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병원 짓기 더 힘들어져"…공사비 급등에 의료계도 비상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20 14:53  수정 2026.08.20 15:08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2026 병원건축포럼’ 개최

건설공사비 2020년 이후 37%↑…철근·시멘트 가격 급등

스마트병원 전환에 설비 부담도 확대…“적정 예산 확보해야”

하태호 현대건설 배곧서울대병원 현장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병원건축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등으로 신규 병원 건립에도 비상이 걸렸다.


병원 건설 사업은 일반 건축물보다 복잡한 설비, 높은 수준의 시설 기준 등으로 난이도가 높은 데다, 설비 고도화나 인적 변화에 따른 시설 추가, 설계변경 변수도 많아 건설업계에서 선호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상승 압박까지 더해지며 유찰, 사업지연 사태가 우려된다.


하태호 현대건설 배곧서울대병원 현장소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병원건축포럼’ 주제발표에서 최근 건설공사비 상승 추세와 배곧서울대병원 건립 사례를 소개하며 병원 건축이 마주한 과제를 짚었다.


하 소장에 따르면 현재 건설공사비는 건설자재 가격과 노동임금 상승, 안전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2020년 이후 약 37% 증가했다. 특히 건설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재비 상승이 공사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건축 공사의 주요 자재인 레미콘과 철근, 시멘트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포틀랜드시멘트 가격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56.9%, 고장력철근은 74.1%, 레미콘은 27.8% 상승했다.


하 소장은 “레미콘은 다른 자재와 달리 운송비나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건설사에서도 가격 상승을 통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낮은 편”이라면서도 “건설 자재 비용 자체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숙련공 공급 부족에 따른 노동임금 상승도 공사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 소장은 “최저임금이 10년간 71% 상승했고 보통인부 기준 임금도 82% 증가했다”며 “숙련공의 공급 부족 역시 건설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 기능인력 수요는 약 171만명인 반면 공급은 약 142만명에 그쳐 약 3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향후 인력 수급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태호 현대건설 배곧서울대병원 현장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병원건축포럼’에서 발표한 배곧서울대병원 건축계획 개념.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 같은 건설비 상승은 배곧서울대병원 건립 과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배곧서울대병원은 시흥 배곧신도시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에 들어서는 8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이다. 일반병상 600병상과 뇌인지 바이오 특화병상 200병상으로 구성되며, 연면적은 11만2869㎡(3만4151평)다. 전국 최초의 진료·연구 융합형 종합병원을 지향하며 오는 2029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곧서울대병원 건립 사업은 2019년 설립 협약 체결,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거쳐 추진됐다. 2023년 설계·시공 일괄입찰에 나섰지만 공사비 부담으로 네 차례 유찰됐고, 총사업비 조정과 물가 상승분 반영을 거쳐 2024년 12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우선시공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3월 5일 본공사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당초 책정된 사업비가 실제 건설비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 잇따른 유찰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사업 추진 초기 정부가 책정한 총사업비는 5312억원이었다. 그러나 네 차례 입찰이 유찰되자 정부는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사업비를 약 5872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가운데 총공사비는 4338억원이다.


병원 건축 특유의 설비 비중도 공사비 상승 요인이다. 병원은 의료가스와 정밀공조 등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고, 음압격리와 청정도 등급, 환자·의료진 등의 동선 분리를 위한 추가 공사도 요구된다. 방사선실과 MRI실에는 별도의 차폐시설이 필요하며, 최근에는 약품과 의료물품 등을 이송하는 자율주행 로봇과 무인배송 시스템 도입이 확대되면서 관련 시설 구축 비용도 추가되고 있다.


잦은 설계 변경 역시 병원 건축의 변수다. 하 소장은 “병원은 설계 변경이 자주 발생한다”며 “병원 인사 등에 따라 실무진이 바뀌면서 대대적인 설계 변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 소장은 앞으로도 병원 건축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발주 단계부터 현실적인 사업비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자재 가격 상승과 기타 외부 요인 등으로 공사비 상승은 계속될 것이고, 병원 공사비 역시 이에 따라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업계에서도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건설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발주자도 이런 노력에 맞춰 적정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입찰이 반복적으로 유찰되지 않도록 해야 병원이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애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장(건양대 교수)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병원건축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포럼은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 2026’(KHF 2026)의 부대행사로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주관으로 마련됐다.


김영애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장(건양대 교수)은 개회사에서 “코로나19와 국제 분쟁 이후 인건비와 자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증축과 개보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병원 운영 특성상 기존 병원의 리모델링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의료기술의 첨단화와 정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헬스케어로 전환되고 있다”며 “의료기술 변화에 따라 병원 환경도 고도화되는 만큼 새로운 의료데이터 기반의 설계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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