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손잡은 KGM·체리차…7500만 달러로 자본까지 묶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8.03 09:00  수정 2026.08.03 09:00

체리 플랫폼에 KGM SUV 노하우 결합…미래차 협력 확대

2027년 초 SE-10 출시…신차 개발 및 해외 시장 공동 공략

CB 전량 전환 시 지분 10% 안팎…경영 참여 가능성은 ‘일축’

곽재선 KGM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KGM-체리자동차 전략적 투자 계약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중국 체리자동차가 KG모빌리티에 7500만 달러(약 1084억원)를 투자하며, 양사의 기술 협력이 자본 동맹으로 확대된다. 이번 투자는 KGM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체리자동차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KGM은 체리자동차의 경영 참여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양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KGM은 체리자동차와 미래 기술 협력 및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75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곽재선 KGM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계약식에서 “이번 투자는 KGM의 미래 성장 잠재력과 기업 가치에 대한 체리자동차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KGM과 체리자동차는 2024년 10월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중·대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동 개발 협약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혔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양사는 신차 공동 개발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반 전기·전자 아키텍처, 친환경 파워트레인 등 미래차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2027년 초 SE-10 출시…공동 개발 첫 시험대

첫 시험대는 렉스턴의 계보를 잇는 중형급 SUV 프로젝트 ‘SE-10’이 될 전망이다.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하되 KGM이 내·외장 디자인과 주행 성능, 엔진 세팅을 다시 설계해 2027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2.0ℓ 가솔린 모델로 개발되며 내수 뿐만 아니라 일반 수출 시장도 겨냥한다.


황기영 KGM 대표는 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체리의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KGM이 가진 SUV의 장점과 노하우를 녹여 주행 성능과 엔진 성능을 높일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튜닝하고 디자인을 입힌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KGM이 체리자동차의 기술과 자금을 일방적으로 지원받는 구조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체리자동차는 KGM과 신차를 공동 개발해 개발비를 절감하고, 한국 브랜드의 해외 사업 기반을 활용해 국가별 관세 차이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GM 또한 체리자동차가 약 130개 지역에 구축한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 시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장귀빙 체리자동차 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클수록 신차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중국과 한국의 관세 조건이 다른 일부 지역에서도 협력하면 양사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B 전량 전환 시 지분 10% 안팎…경영 참여엔 선 그어
(왼쪽부터) 장귀빙 체리자동차 사장,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 곽재선 KGM 회장, 황기영 KGM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KGM-체리자동차 전략적 투자 계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번 계약은 KGM이 지난달 28일 체리에 기술사용료를 지급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7500만 달러를 단기 차입한 직후 이뤄졌다. 기술사용료와 투자금의 액수는 같지만 KGM은 두 계약의 구체적인 연계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발행한 CB가 향후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체리자동차의 KGM 지분율은 10%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다만 KGM은 이번 투자가 양사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 체리자동차의 경영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GM 평택공장에서 체리 계열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방안도 현재까지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체리자동차는 한국 직접 진출 가능성은 열어뒀다. 장귀빙 사장은 “한국 고객들이 체리자동차를 좋아해 준다면 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KGM과의 협력”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과의 협업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은 풀어야 할 과제다. KGM은 자동차 기술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됐지만, 국가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눈높이와 감각에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KGM은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하되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차량을 튜닝하고, 디자인을 차별화한 뒤 충분한 검증을 거쳐 시장에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와 로봇, 원자재, 철강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다.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은 “투자는 양사 협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한국과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장점을 결합해 더 많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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