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시대 악령’ 첼시…승점 삭감 대신 벌금 194억원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8.01 11:16  수정 2026.08.01 11:17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 ⓒ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가 전 구단주 체제에서 발생한 불법 에이전트 수수료 지급 건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1000만 파운드(약 194억원)의 벌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


1일(한국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FA 규제위원회는 첼시 구단에 벌금 1000만 파운드를 부과하고, 2차례의 이적시장 동안 신규 선수 등록을 금지하는 징계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승점 삭감 취소다. 당초 2027년 6월 30일까지 유예 조건으로 논의됐던 '승점 6 삭감' 징계는 구단 측의 재심 청구 및 항소가 전격 수용되면서 백지화됐다. 리그 우승 경쟁팀인 첼시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끌어낸 셈이다.


이번 사태는 현 구단주인 토드 보엘리와 클리어레이크 캐피털 컨소시엄이 2022년 첼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과거 장부를 검토하다 74건에 달하는 FA 규정 위반 정황을 포착, 당국에 자진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 시절이었던 2011년부터 2018년 사이, 선수 이적 거래에서 미등록 에이전트 등 제3자에게 무려 4700만 파운드(약 915억원)에 달하는 비밀 자금을 지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임 경영진의 명백한 불법 비자금 집행이었다.


FA 측은 현 경영진의 결단에 손을 들어줬다. 첼시가 구단 인수 직후 해당 비위를 먼저 자진 신고하고 조사 과정에 이례적일 정도로 적극 협조한 점을 참작해 수위를 낮췄다.


당초 책정됐던 벌금 원안은 2600만 파운드였으나, 자진 신고에 따른 정상 참작과 조기 유죄 인정으로 각각 3분의 1씩 감경됐다. 여기에 유럽축구연맹(UEFA) 및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이미 부과받은 선행 벌금 액수까지 추가 고려되어 최종 1000만 파운드로 대폭 줄었다.


FA 관계자는 "구단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알리지 않았다면 해당 위반 사실이 영구히 묻혔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경감 사유를 설명했다. 부과된 벌금 전액은 영국 풀뿌리 축구 발전기금으로 환원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비리 파문의 핵심 인물인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착 의혹으로 2022년 3월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며 쫓기듯 구단을 매각한 바 있다.


당시 동결된 매각 대금 25억 파운드(약 4조 8000억 원)는 여전히 영국 은행 계좌에 묶여 있으며, 아브라모비치 측과 영국 정부 간의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 지원금 활용 범위를 둘러싼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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