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수익 토큰화해 제작비 조달
스테이블코인으로 글로벌 팬덤 연결
가치평가·투자자 보호 기준은 과제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활용해 K-콘텐츠의 글로벌 투자와 자금조달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가치평가와 투자자 보호 등 제도 정비가 과제로 꼽힌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머지않아 BTS 콘서트 티켓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전 세계 팬들이 앨범이나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K-팝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K-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디지털자산과 결합해 새로운 제작·투자 시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와 음원·영상 수익을 실물연계자산(RWA)으로 토큰화해 제작비를 조달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해외 투자와 정산의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지난 24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이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개최한 ‘디지털 금융과 K-콘텐츠 혁신 세미나’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RWA가 콘텐츠 산업의 자금조달과 유통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존 콘텐츠 제작비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방송사, 벤처캐피털 등 일부 전문 투자자를 중심으로 조달됐다.
흥행 여부를 미리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도 길어 개인이나 해외 투자자가 참여하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기존 콘텐츠 금융의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출 대안으로 콘텐츠 IP 토큰화가 주목받고 있다.
특정 음원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발생할 미래 수익을 기초로 토큰을 발행하고 다수의 투자자가 이를 나눠 보유하는 방식이다.
작품이 흥행해 수익이 발생하면 보유 비율에 따라 나눠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거래하는 뮤직카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를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으로 확대하면 제작 단계부터 개인과 해외 투자자가 참여하고 흥행 성과를 공유하는 새로운 콘텐츠 금융시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팬과 투자자를 국내 콘텐츠 시장으로 연결하는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팬덤을 확보한 K-콘텐츠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인 사용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은 지난 24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디지털 금융과 K-콘텐츠 혁신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민희 기자
BTS 등 K-팝 아티스트의 공연과 음원, 굿즈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구매하도록 하면 해외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망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해외 팬이 국내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투자하려면 환전과 해외송금, 결제대행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수료가 발생하고 정산에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국가와 영업시간의 제약 없이 결제와 정산을 처리할 수 있다.
콘텐츠 판매대금이 들어오면 제작사와 창작자, 유통사, 투자자에게 약정된 비율대로 자동 배분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토큰화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 등 대형 자산운용사는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를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국채와 펀드에서 시작한 토큰화 대상도 부동산과 사모신용, 주식, 원자재, 지식재산권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이사는 “스테이블코인과 RWA가 성장하면서 은행과 증권사,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금융사뿐 아니라 결제·메신저 사업자까지 거래와 결제, 예치, 대출 등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슈퍼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K-콘텐츠 토큰화가 실제 시장으로 성장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콘텐츠는 국채나 상장주식처럼 객관적인 시장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
배우와 감독, 제작사, 장르 등에 따라 흥행 가능성이 달라지고 작품 공개 이후에도 예상한 수익을 거두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토큰의 기초가 되는 IP와 미래 수익을 어떻게 평가할지, 매출과 비용을 투자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제작사와 창작자, 투자자 간 저작권 귀속과 수익 배분 원칙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발행된 토큰의 증권성 판단도 핵심 쟁점이다.
증권으로 인정되면 발행과 유통, 공시 등에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해외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국가별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도 고려해야 한다.
박창범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의장은 “디지털금융이 새로운 자산을 거래하는 기술을 넘어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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