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압박에 문 여는 브라질…EU 발효·日 협상, 韓 5년째 중단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7.23 08:28  수정 2026.07.23 08:28

보호무역 대응해 메르코수르 협정 확대

EU와 5월 임시무역협정 발효

한-메르코수르 TA 2021년 이후 중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경. ⓒ데일리안DB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을 받은 브라질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을 발효하고 일본과 협상을 시작하는 등 통상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의 무역협정 협상은 2021년 이후 중단돼 시장 접근 조건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2일 발간한 ‘브라질의 무역협정 추진 가속화 배경과 시사점’에서 브라질이 기존의 폐쇄적 통상정책에서 벗어나 메르코수르 차원의 대외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브라질에 적용한 관세율은 2025년 4월 10%에서 같은 해 7월 50%로 올랐다. 미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올해 2월 10%로 낮아졌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달 다시 25%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이 주도하는 메르코수르는 지난 5월 1일 EU와 임시무역협정(iTA)을 발효했다. EU는 10년 안에 전체 품목의 96.8%, 메르코수르는 15년 안에 90.8%의 관세를 철폐한다.


자동차는 산업 충격을 고려해 개방 시기를 늦췄다. 메르코수르는 내연기관차 관세를 15년, 전기·하이브리드차는 18년, 수소차는 25년, 신기술 차량은 30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다.


한편 브라질은 2023~2025년 미국과의 교역에서 연평균 약 4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는 국가에 최고 50%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경제적 이유보다 양국의 정치·외교 갈등이 통상 압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브라질은 EU에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산업정책 수단을 상당 부분 유지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족농 지원, 국방·안보 분야는 정부조달시장 개방에서 제외하고 국산 부품 사용과 기술이전, 투자 등을 요구하는 오프셋도 일정 조건 아래 허용했다.


핵심광물에는 수출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EU에는 다른 지역보다 수출세를 50% 이상 낮추고 세율 상한을 25%로 설정했다. 시장 개방의 대가로 브라질의 광물 가공과 제조업 육성 정책을 인정받은 셈이다.


메르코수르는 지난달 30일 일본과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도 시작했다. 브라질은 쇠고기·돼지고기 수출과 광물 가공, 전기차, 바이오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부품 수출 확대와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했지만 2021년 7차 협상 이후 후속 논의를 열지 못했다. 올해 2월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 협상 재개 필요성을 확인한 만큼 제조업 재활성화와 핵심광물 산업화를 협상 의제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KIEP는 “브라질은 화학적 정련·산화물 분리·첨단자성소재 생산 등 고부가가치 단계로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목표로 국가 전략을 수립 중”이라며 “한국은 국내 배터리 산업이라는 확실한 수요처를 바탕으로 ‘자원→정련→소재’의 수직계열화를 이뤄 EU와 일본에 비해 강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게이단렌과 브라질 산업연맹(CNI) 간 교류처럼 양국 산업계의 교류가 협상 진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과 브라질 산업계의 협력 채널을 함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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