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대책 이어 총량관리·토허제 확대·금리 인상 '옥상옥 규제'
비규제지역 실수요 이동 가속화…풍선효과·거래 위축 반복
총량관리 부담은 은행권 전가…내 집 마련 실수요자 직격탄
가계부채 증가세로 국민은행을 선두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 대출을 줄이자 대출문이 더 좁아지기 전 자금을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몰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대출규제의 역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뉴시스
대출을 틀어막는 방식의 부동산 규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다.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수요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이동했고, 정부는 다시 해당 지역을 규제하는 대응을 반복했다.
지난해 6·27 대출규제에 이어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자의 자금조달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7조6000억원 늘며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분야로 돌리겠다며 곧장 6·27 대출규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 시행 1년을 넘긴 시점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거듭 주문하는 한편, 서울 집값 상승세가 경기 화성 동탄과 용인 기흥 등으로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여기에 전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하며 2023년 1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통화 긴축에 나섰다.
정부가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수요 자체를 없애기보다 이동시키는 현상만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적용된 지역의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옮겨가면 정부가 다시 해당 지역을 규제하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정책이 시장의 움직임을 뒤쫓는 구조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는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반면, 실수요자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총량관리 강화로 대출 한도는 줄어든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대출금리 상승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총량 규제는 은행 간 '풍선효과'를 낳으며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맞추기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국민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초과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이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른 은행 역시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은행권 전체에서 대출 공급이 연쇄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우리은행도 16일부터 지점별 월간 가계대출 총량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이고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등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별 총량 관리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수요는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고, 해당 은행도 총량 관리를 위해 다시 문턱을 높이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결국 부담은 실수요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대출의 양을 억제하는 방식만으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의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양을 줄이는 정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LTV·DSR도 사실 대출의 양을 줄이는 규제고 총량 규제도 양을 줄이는 시스템"이라며 양을 조절하는 정책에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을 더해 적절히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제언했다.
기준금리 인상 역시 한 차례 조치만으로 단기간에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단번에 바꾸는 이벤트라기보다 긴축 사이클의 시작을 확인하는 신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한 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매물이 대거 출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경험을 보면 시장의 매물은 세금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은행별 총량 목표만 강화하면 금융회사는 대출 한도와 취급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상환 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까지 일률적으로 대출이 막히지 않도록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는 보다 세밀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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