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차관 통해 임기 1년 남긴 손광주 사표 제출 종용
檢, 2023년 1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불구속기소
2심, 사직 요구 직권 남용한 행위 판단…대법원, 상고 기각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기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명균(69) 전 통일부 장관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검찰 기소 3년6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결론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이날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문재인 정부 중앙행정부처 전반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받거나 사직을 종용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의혹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과 2022년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8월경 당시 통일부 차관을 통해 임기를 1년여 남긴 손광주 당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의 사표 제출을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표 제출이 즉각 이뤄지지 않자 8월14일 손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직을 종용했고 사흘 뒤 사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2023년 1월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1심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법리상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에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유죄로 뒤집었다.
2심은 조 전 장관이 천 전 차관 등을 통해 손 전 이사장에게 사직을 요구했고, 나아가 손 전 이사장에게 직접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차관과 담당국장이 독자적 판단으로 사표를 종용하는 취지의 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2심은 조 전 장관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 스스로 이런 절차를 강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직 요구가 조 전 장관의 '직무권한'에 해당하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1심과 달리, 2심은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의 인사에 대한 일반적 직무권한이 인정된다고 봤다. 통일부 장관이 재단에 대한 광범위한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고 이사장 해임에도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재단 운영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던 점과 손 전 이사장에게 해임 사유가 없었던 점 등을 볼 때 사직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설사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직과의) 인과관계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검찰은 2023년 1월 조 전 장관을 포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 5명을 공공기관장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 총 19명에게 사직서를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백운규·유영민 전 장관, 조현옥 전 인사수석,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선 2019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등이 재판에 넘겨져 202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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