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용수공급 방안, 그야말로 졸속
국가 명운 걸린 사업이 '주먹구구'도 안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박수영 의원실
3년 전 호남권 극심한 가뭄을 계기로 마련된 비상용수 계획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공급 방안으로 둔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일일 65만t 상당의 물량 상당수가 당시 주민 생활용수와 기존 산단 공급을 위해 검토·배정된 물량이라는 지적이다.
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10월 환경부가 발간한 '영산강·섬진강유역 가뭄백서'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반도체 산단의 수원으로 제시한 동복·주암·장흥·보성강·나주댐은 2022~2023년 호남권 극한 가뭄 당시 모두 위기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 동복댐 30만t, 주암댐 5만t, 장흥댐 10만t, 보성강댐 10만t, 나주댐 10만t 등 총 일일 65만t의 용수를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단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서에 따르면 광주의 핵심 식수원인 동복댐은 2023년 3월 제한급수 위기에 처했고 같은 해 4월 저수율은 19.1%로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암댐도 2022년 8월 준공 이후 처음으로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해 251일간 지속됐고, 2023년 4월 역대 최저 저수율인 20.3%까지 떨어졌다.
백서에서는 주암댐이 2015년 이후 5년간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하는 등 "점점 더 가뭄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장흥댐 역시 지난 2023년 4월 유효저수율이 24.7%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고, 나주댐은 2022년 당시 33.1% 최저 저수율을 기록했다. 보성강댐은 실제로 지난 2022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발전을 멈추고 총 3070만t을 주암댐에 긴급 지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박 의원은 정부가 이번에 장흥댐 '여유량'으로 제시한 일일 10만t이 이미 2023년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대책'에 따라 광주·목포·나주·화순·함평·영광 등 영산강 유역 6개 시군 주민 물 공급을 위한 대책에 반영된 물량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대책에 따른 총사업비 2844억원 규모의 '장흥댐-주암댐 도수관로 연계사업'은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했다.
주암댐 물량도 반도체 산단이 아닌 여수·광양산단 용수 공급을 위해 이미 활용 계획이 세워졌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3월 총사업비 2128억원 규모의 여수 지역 공업용수도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심의를 통과하면서 하루 10.6만t의 주암댐 용수는 사실상 여수·광양산단 공급 계획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백서에서는 1973년 기상 관측이래 영산강ㆍ섬진강 유역 호남권에서 가장 긴 281일의 가뭄이 발생했고 향후 기후위기로 이 같은 가뭄 등이 더욱 크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기존 '2040 국가수도 기본계획(2022)'에 따른 여수국가산단 용수 수요 증가 등 "주암댐의 용수공급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으로 대체수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수년 전 이미 '한계'에 처한 댐 용수계획이 지난 30일 공급방안에서는 '과다하게 배분되어 미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둔갑한 것이다.
박수영 의원은 "불과 3년 전엔 '비상 가뭄대책'이었던 똑같은 물이 이번 '호남 반도체 용수공급계획'에 포함된 것"이라며 "정부는 가뭄 시 광주ㆍ전남 주민들의 식수ㆍ생활용수 비상재원을 끌어다 반도체 용수로 쓰겠다는 끼워맞추기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호남 반도체 용수공급 방안 65만t은 그야말로 졸속 발표에 불과하다"며 "수백조 원이 투입될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업 기초 계획이, '주먹구구'도 되지 않는 수준'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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