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당일 퇴원…'감마나이프' 접근성 높이는 서울성모병원 [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6.29 13:25  수정 2026.06.29 13:41

양승호 감마나이프센터장·박재성 신경외과 교수 인터뷰

개소 3개월 만에 100례…CMC 공동 치료체계 구축

환자 이동 최소화…수술부터 추적관찰까지 치료 완결성 강화

필수의료 인력난 여전…“전문의 양성 위한 정책 지원 필요”

양승호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오른쪽)과 박재성 신경외과 교수가 6월 24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이 감마나이프센터를 앞세워 뇌종양·뇌혈관·기능성 뇌질환 치료 역량 강화에 나섰다. 개소 3개월 만에 치료 100례를 넘어서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린 가운데, 센터는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산하 병원 환자까지 아우르는 ‘오픈 감마나이프센터’ 모델을 통해 치료 접근성과 연속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4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양승호 감마나이프센터장(신경외과 교수)과 박재성 신경외과 교수를 만나 감마나이프센터가 지향하는 치료 전략과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뇌질환 치료 허브 구축”…CMC 잇는 ‘감마나이프센터’

감마나이프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 고에너지 방사선을 병변 부위에 정밀하게 조사하는 비침습적 수술법이다. 개두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자,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종양, 다발성 뇌전이 병변 등에 치료 선택지를 넓혀주는 장비로 꼽힌다. 치료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처럼 환자가 장비 안에 누운 상태에서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20~45분 정도면 마무리된다.


양승호 센터장은 “서울에는 이미 감마나이프센터를 운영해 온 기관들이 많고, 수만례 경험을 쌓은 병원들도 있다”며 “후발주자인 만큼 당장의 목표는 양적 경쟁보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수술 경험’이다. 양 센터장은 “감마나이프는 칼을 들지 않을 뿐, 방사선이라는 칼로 병변을 치료하는 개념”이라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뇌수술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센터는 뇌종양과 뇌혈관, 기능성 질환 등 분야별 책임 의료진을 지정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린 협진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양승호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이 감마나이프 치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특히 이번 센터는 CMC 산하 8개 병원이 함께 활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동안 감마나이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외부 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환자 추적관찰이 끊기거나,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이 이후 경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양 센터장은 “과거에는 수술한 환자를 감마나이프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의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CMC 산하 병원 의료진이 서울성모병원에서 감마나이프 치료를 시행한 뒤 기존 병원에서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했다. 특히 “환자의 치료 과정과 데이터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축적돼야 치료의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성 교수는 감마나이프센터의 의미를 ‘의료 접근성 확대’에서 찾았다. 박 교수는 “국내에는 감마나이프 장비가 많은 편이지만 모든 환자가 같은 수준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성모병원이 허브 역할을 하면 인천·수원 등 경기권 환자들까지 보다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첨단의료도 결국 사람”…전문인력 확보가 관건

감마나이프 치료 수요가 커진 배경에는 암 치료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뇌전이암이 말기 단계로 인식돼 적극적인 치료가 쉽지 않았지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등 신약 개발로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늘면서 뇌전이 병변을 관리해야 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했다.


박 교수는 “암 치료 성과가 향상되면서 뇌전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며 “다발성 병변 치료에 강점을 가진 감마나이프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양 센터장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적용으로 치료비 부담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다”고 소개했다. 개두 수술과 달리 입원 부담이 적고 대부분 당일 귀가가 가능하다는 점도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승호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과 박재성 신경외과 교수(왼쪽)가 24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그는 감마나이프 도입이 의료진에게도 치료 전략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양 센터장은 “예전에는 종양이 중요한 혈관이나 신경에 붙어 있어 모두 제거하지 못하면 의료진도 부담이 컸다”며 “이제는 무리하게 수술하기보다 안전하게 종양을 제거한 뒤 감마나이프로 남은 병변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양성 뇌종양은 미세수술과 감마나이프 발전으로 후유증을 줄이면서 장기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가 CMC 전체의 뇌질환 치료 완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두 교수는 첨단 장비만으로는 필수의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전공의 지원은 이어지고 있지만 뇌종양 분야 펠로우는 전국을 합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은퇴하는 교수를 대신할 전문의를 충분히 양성하지 못하면 첨단 장비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과거 소아신경외과를 담당했던 양 센터장은 전문의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배후 진료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외과 의사 한 명만 있다고 치료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수술 이후 아이를 돌볼 소아청소년과와 신생아·중환자 진료팀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결국 필수의료는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유지돼야 가능한 분야”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감마나이프센터의 가치는 단순히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의료진과 진료체계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환자들도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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