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크로스 국면서 경제 성과 카드로 정면 돌파
崔 "총수 합동 발표는 획기적…상승 모멘텀 가능성"
野 "정략적 활용" 반발…투자 실현 가능성 공방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의 투자 계획 발표를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선 정치적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핵심으로 한 비수도권 대규모 투자 구상에 데드크로스 국면 반전, 지역 균형 발전, 민심 결집까지 여러 정치적 함의가 한꺼번에 얽혀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회를 주재하고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투자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메모리 반도체 전공정 팹 조성 계획을 직접 발표했고,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의 대도약"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오직 속도전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국가영웅이자 국민영웅"이라고 추켜세우며 직접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로 여권에서 기대하는 건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다.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최근 데드크로스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5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41%로 처음 40%대가 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6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가 6주 연속 하락하며 2주째 데드크로스가 이어졌다. 특히 부정 평가의 핵심 원인이 경제·민생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대규모 투자 발표라는 가시적 경제 성과 카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총수들이 한자리에서 합동으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장면 자체에 주목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권이 당권 투쟁으로 복잡하고 국민들이 불안한 와중에 대통령이 국가적인 정책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속 시원한 소나기 같이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며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합동으로 발표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획기적이고, 성과를 떠나서 상승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 원장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사업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고 봤다. 최 원장은 "오늘 한 번 발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작은 성과를 내가는 모습을 계속 국민들에게 보고하면서 국민들과 함께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해나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지율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모습으로 비치면 지지율에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청와대가 보고회 이후 지역별 릴레이 설명회까지 예고한 것도 이를 의식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호남을 핵심 거점으로 내세운 점도 정치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호남 지역이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며 서남 해안 일대를 새로운 반도체 거점으로 직접 지목했다. 표면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균형 발전 논리이지만,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 결집과 지지층 재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호남 편중 우려를 의식한 듯 영남·충청·강원까지 권역별로 역할을 나눈 점도 눈에 띈다. 최 원장은 "호남 쪽으로만 가는 줄 알았는데 영남이나 충청도 같이 간다"며 "지역적 역할 분담으로 가는 방향으로 발표를 해서 대단히 다행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는 호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 영남권에 우주항공·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종합벨트, 강원·충청에 통합 AI 데이터센터를 배치하는 권역별 산업 특화 구상을 함께 제시했다.
다만 이같은 기조는 야권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발표를 두고 "여당 내부의 권력 투쟁 시기에 맞춰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기업 압박 논란 등을 정조준할 태세다. 야권 일각에서는 GPU 부족에 따른 2차 추가경정예산 시사와 메가프로젝트를 묶어 "재정 부담을 키우는 선심성 발표"라는 프레임으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이런 비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기업들에게 손실과 위험을 강요하면서 국가적 필요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손해 보지 않고 더 나은 전망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대대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기업 압박 논란에 직접 선을 그었다. 청와대 정책실은 이번 호남권 클러스터가 기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과는 별개로 추진되는 새로운 클러스터라는 점도 공식화했다. 용인 물량을 지방으로 빼돌린다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경제 성과를 통한 지지율 반전, 호남을 고리로 한 지지층 결집, 야권 공세 차단이라는 다층적 정치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라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결국 발표가 실제 집행과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후속 관리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발표 직후 투자 규모와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하면서, 메가프로젝트가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는 반등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정쟁의 불씨가 될지가 향후 정국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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