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모자부터 해외 팬까지 아우른 세대 확장성… 현실의 현안 속에서도 음악 주파수로 연대해 빚어낸 하루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열린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은 축제와 현안이 함께 놓인 공간이었다. 88잔디마당과 KSPO DOME에는 팬 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기다리는 팬들이 모였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인파가 이어졌다.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 88잔디마당 전경. ⓒ하이브
이날 9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태극기를 든 인파가 ‘재선거’를 외치며 줄지어 있었다. 다만 현장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었고 교통요원들이 배치돼 관객 동선과 시위 인파는 분리된 상태로 운영됐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시위 현장을 지나 KSPO DOME과 88잔디마당 방향으로 이동했다.
팬들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수빈과 투어스(TWS) 등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름이 적힌 벽보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려 줄을 서고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각기 다른 응원봉과 슬로건을 든 팬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단독 콘서트와는 다른 팬덤 축제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현장 분위기는 여러 아이돌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드림콘서트식 합동 공연과도 달랐다. 위버스콘은 88잔디마당의 ‘위버스 파크’와 KSPO DOME의 ‘위버스 콘’을 나눠 운영하며 페스티벌의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상당수 팬들은 파크 공연을 온전히 즐기기보다 KSPO DOME 공연을 기다리며 주변에 머무는 모습이었다.
88잔디마당의 낮 시간대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바람이 많이 불어 한낮에도 체감상 크게 덥지 않았고, 잔디마당 한쪽에는 돗자리를 따로 챙기지 않은 관객도 쉴 수 있도록 빈백이 놓인 휴게 공간이 마련됐다. 일부 관객들은 빈백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거나, 공연 사이 휴식을 취하며 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겼다.
다만 ‘서울재즈페스티벌’처럼 돗자리를 깔고 오래 머무는 관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위버스 파크와 위버스 콘은 공연권이 나뉘어 있는 구조 탓에 88잔디마당 안에서 하루를 보내기보다 자신이 예매한 공연 시간에 맞춰 이동하거나, 파크 밖에서 대기하는 팬들이 더 눈에 띄었다.
권진아 ⓒ하이브
낮 시간대 88잔디마당에서는 큐티 스트리트(CUTIE STREET), 아오엔(aoen), 윤산하, 터치드, 권진아의 무대가 이어졌다. 아이돌 팬덤의 환호와 밴드·보컬 공연을 감상하는 분위기가 함께 놓이면서 파크 공연은 느슨한 페스티벌의 결을 만들었다.
특히 권진아의 무대는 88잔디마당의 낮 공연이 가진 여유를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시원한 바람에 권진아의 하늘하늘한 원피스 자락이 흩날렸고, ‘실리 실리 러브’(Silly Silly Love), ‘화이트 와인’(White Wine), ‘러브 미 러브 미’(Love Me Love Me)로 이어진 세트리스트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오후의 공기와 맞물렸다.
이후 권진아는 “저는 요즘 사랑을 많이 하려는 사람이다. 요즘 시대에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러브 앤 헤이트’(Love & Hate)를 소개했다. 같은 시간 공연장 바깥에서는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가 들려왔지만, 파크 안에서는 사랑과 미움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축제의 평온함과 외부의 소란이 묘하게 겹친 순간이었다.
파크 공연을 즐기는 관객층도 다양했다. 지코 무대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는 60대 A씨와 30대 B씨 모자는 88잔디마당에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B씨는 “가격대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럽다”며 “평소에는 한강 버스킹 같은 공연만 봤는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꾸려진 공연은 처음이라 무대가 재밌다”고 말했다. A씨 역시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며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공연장 밖에서 재선거 관련 구호가 들리기도 했지만, 이들은 “시기가 겹쳐 그런 것 같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앤더블 ⓒ하이브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88잔디마당 분위기는 낮과 달라졌다. 파크 나잇 공연의 첫 주자 앤더블(AND2BLE)의 무대 시작 1시간 전부터 스탠딩 구역에는 팬들이 줄을 섰고, 무대 앞쪽은 빠르게 관객으로 채워졌다. 지나가던 일부 관객들이 “스탠딩 인원의 대부분은 앤더블 팬일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팬덤의 결집력이 두드러졌다.
앤더블은 신인 그룹답게 패기 있는 퍼포먼스로 무대를 채웠다. 다만 페스티벌 무대라는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라이브 밸런스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장하오와 유승언의 보컬은 비교적 또렷하게 들렸지만, 일부 멤버들의 목소리는 반주와 함성에 묻히는 구간이 있었다. 신인 그룹으로서 더 큰 무대와 다양한 환경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라이브 전달력을 키우는 과제가 남았다.
그럼에도 커버곡 ‘해피’(Happy, 원곡 데이식스(DAY6))에서 데뷔 앨범 수록곡 ‘해피앤드’(Happy&)로 이어지는 흐름은 야외 페스티벌 분위기와 잘 맞았다. 밝고 청량한 곡의 결이 바람이 불던 88잔디마당의 공기와 어우러지며 밤 공연의 시작을 산뜻하게 열었다.
KSPO DOME 안으로 들어서자 위버스콘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객석에는 여러 팬덤의 응원봉이 빛났지만, 특히 투어스와 앤팀, 코르티스 등 하이브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들의 응원봉이 눈에 많이 띄었다.
코르티스 ⓒ하이브
이날 가장 큰 함성을 끌어낸 무대 중 하나는 코르티스였다. 코르티스는 ‘레드레드’(RED RED)부터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 ‘고!’(GO!), ‘패션’(FaSHioN)까지 히트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현장 열기를 끌어올렸다. 팬덤을 가리지 않고 응원봉을 흔드는 관객들이 많았고, 무대가 이어질수록 함성은 더 커졌다.
해외 팬들도 눈에 띄었다. 태국에서 왔다는 뷰 씨와 다오우 씨는 “코르티스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공연을 보고 코르티스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다. 코르티스를 위해서라면 또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글로벌 팬도 비교적 쉽게 예매할 수 있는 방식이 좋았다고 했다. 다만 “스탠딩 문화를 처음 겪어봐 힘들었고, 다른 아티스트 무대는 보지 못하고 나왔다”며 “단차가 높아 가까운 스탠딩에서도 잘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위버스콘은 플랫폼 속 팬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낸 축제였다. 낮에는 파크 무대가 페스티벌의 여유를 만들었고, 밤에는 아이돌 무대가 팬덤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가족 단위 관객부터 해외 팬까지 관객층도 넓었다. 다만 야외 페스티벌로서의 완성도는 아직 더 키워야 할 부분이 남았다. 파크와 콘이 분리된 구조 속에서 관객의 무게중심은 KSPO DOME 쪽으로 쏠렸고, 외부 시위 구호라는 돌발 변수도 야외 무대의 몰입을 일부 방해했다. 여러 팬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힘은 확인했지만, 페스티벌 자체의 매력과 현장 시야, 관객 경험을 더 세밀하게 다듬는 과제도 함께 남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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