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 대신 휴머노이드…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던진 공존의 질문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6.04 17:10  수정 2026.06.04 17:11

10일 개봉

가족이란 무엇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상자 속의 양’에서 죽은 아이를 대신하는 휴머노이드를 통해 익숙한 질문을 다시 꺼내 든다. 이번에는 AI 시대라는 새로운 현실 위에서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쿠와키 리무가 참석한 가운데 '상자 속의 양'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제 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년 만에 찾아오게 됐다. 한국에는 친구도 많고 영화도 한편 만들었다. 그래서 스태프, 배우분들 아는 분이 많아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자주 오지 못했지만 일본 개봉 이후 한국에서 동시라고 할 수 있게 이른 개봉 하게 됐다. 이렇게 쿠와키 리무와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 기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쿠와키 리무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뒤 "한국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일은 막 놀러다니고 싶다"라고 귀여운 소감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2년 전에 시작했다. 생성형 AI가 죽은 사람을 부활 시킬 수 있다는 중국 기사를 읽었고,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분의 영상과 사진을 활용한 AI 영상을 보여주셨다. 그게 시작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 영화의 결말에 있어서는 어른은 함께 살지 않고 모두가 숲으로 간다. 그런 면에서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 같지만 지금은 없는 카케루, 앞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느끼면서 지내게 될 카케루에 대해 상상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상력을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쿠와키 리무를 휴머노이드 카케루로 선정한 것에 대해선 "첫인상으로 정했다. 쿠와키 리무를 처음 봤을 때 '이 아이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후 오디션을 거듭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저만의 판단이 아니라 스태프 모두의 판단으로 선정하게 됐다. 최종 오디션이 목욕탕 신이었는데 다이고가 직접 참여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저는 배우의 연기에 대해 지도를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다이고, 쿠와키 리무가 같이 대기하는 동안 대화를 하고 연습을 한다. 아야세 하루카 역시 셋이 이야기를 나누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제가 카메라를 돌린다"라며 "쿠와키 라무는 대사의 뉘앙스나 분위기를 바꾸는 응용력이 뛰어났다. 그런 면에서 아역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쿠와키 리무의 연기를 칭찬했다.


쿠와키 리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님은 '자기답게, 너답게 연기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다른 감독들은 구체적인 지시를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은 배우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자주 놀아주셨다. 아야세 하루카, 다이고, 함께 출연한 어린이 배우들과도 많이 어울리며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끔은 촬영도 했다"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속 부부의 직업 설정에 대해 "영화에 등장하는 건축가의 이름은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인 요시자와 류에에서 가져왔다. 그의 건축과 그림을 좋아하고, 그가 쓴 책도 인상 깊게 읽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축은 무언가를 짓는 작업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는 모형 제작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가다. 책을 읽으며 건축이라는 작업이 영화와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다. 영화감독 역시 공간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건축가와 영화감독은 비슷한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해서는 "영화를 통해 이질적인 존재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렵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일"이라며 "유리와 나무가 어우러지는 것, 식물과 휴머노이드가 공존하는 모습이 부부 관계와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자신이 했던 심한 말을 후회하고, 남편은 아이에게 충분히 말을 건네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같은 상자 안에서 살아간다. 이미 떠나버린 카케루를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하며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렇게 다른 존재들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6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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