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서 수천명 헤엄쳐 스페인 도시로 돌진…국경엔 ‘아수라장’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7.31 15:32  수정 2026.07.31 15:33

스페인 세우타 해안 진입…“헤엄쳐 오면 즉시송환 못해”

이주민 시설 포화 상태…스페인 親이민정책 도마 위에

30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로 넘어가려는 이주민들이 국경일대로 몰려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천명의 밀입국 이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자치도시 세우타로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대혼란이 빚어졌다.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을 통해 들어온 이주민은 즉시송환할 수 없다”고 판결한 뒤 모로코 접경 해안에서 세우타로 향하는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이 도시가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쯤부터 수백명의 이주민들은 모로코 해변에 모여들었다. 상당수는 바다를 헤엄쳐 철책을 우회한 뒤 세우타 해안으로 들어왔고 일부는 모로코 쪽 국경 철책을 넘어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일부 구간에서 모로코 측 국경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백명이 짧은 시간에 철책을 넘어 세우타로 들어왔다.


현지 방송에는 이주민들이 바다를 헤엄치거나 철책을 넘어 세우타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스페인 국영방송 TVE는 지난 며칠 사이 3000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는 대규모 난민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과정에서 9명이 사망하는 등 이날 밤까지 최소 18명이 바다를 건너다 숨졌다고 전했다.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몇개월 간 세우타로 넘어가려다 사망한 난민 수는 60명에 달한다. 헤엄쳐 세우타 국경을 넘은 자디드 자카리는 “경찰이 우리를 막으려 했지만 의지와 결단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스페인 만세”라고 외쳤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불법 이주민 유입에 세우타는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대규모 난민 유입에 따른 치안 우려에 이날 세우타 대다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여성 의류점을 운영하는 엔리케 세라노는 “상황이 긴박해서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며 “내 사업과 가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수용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우타 자치 정부 수반 후안 비바스 “인도주의적, 사회적 비상사태”라며 “하루 200명 이상이 유입돼 수용 시설이 포화에 이르렀다”며 중앙정부에 군 투입과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스페인 정부는 본토에서 경찰관 200명과 군 병력 60명을 추가 파견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한편 모로코 당국과 송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세우타는 모로코 북부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면적 약 18.5㎢에 약 8만 5000명이 거주하는 스페인령 자치도시다. 유럽 영토이면서도 아프리카에 위치해 아프리카발 이주민들의 대표적인 유럽 진입로로 꼽힌다. 사태의 도화선은 지난 8일 나온 스페인 대법원 판결로 지목된다. 그동안 국경 철책을 넘어온 이주민은 즉시송환 대상이었지만, 대법원은 철책을 우회해 바다를 통해 들어온 경우에는 일반 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연합뉴스

이에 따라 해상 입국자는 난민 신청 여부 확인과 통역 지원 등 정식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 로이터는 “밀입국 조직들이 바다를 통해 들어오면 곧바로 모로코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며 해상 입국을 부채질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도 밀입국 조직이 해당 판결을 근거로 해상 밀입국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대 관계자는 “이후 조금씩 이어지던 밀입국 흐름이 이날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정부의 친(親)이민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산체스 정부는 올들어 노동력 부족 해소 등을 명분으로 일정 기간 체류한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특별 합법화정책을 추진했다.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