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암·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 등 전신 건강 위협
전자담배도 니코틴·유해물질 포함…이중 사용 땐 위험 증가
“담배 종류가 아닌 완전한 금연이 해답”
ⓒ클립아트코리아
“전자담배, 일반 담배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금연을 고려하다 전자담배로 ‘타협’하는 흡연자들 사이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금연을 위한 대안으로 여기는 인식이 있지만,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 중독과 건강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경고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지정하고 각종 금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액상형, 궐련형 등으로 다양화되는 전자담배의 존재는 여전히 흡연율을 높은 수준으로 지탱하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흡연이 단순한 습관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중독 질환인 만큼 적극적인 금연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폐암부터 심근경색까지…흡연이 남기는 흔적
흡연은 흔히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피해는 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담배 연기에는 70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과 수십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폐뿐 아니라 심장과 혈관, 뇌, 위장관 등 인체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폐암을 비롯해 후두암, 식도암, 췌장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밖에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악화, 치주질환, 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흡연을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닌 ‘니코틴 의존 질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니코틴은 담배를 피운 직후 수 초 안에 뇌에 도달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면서 일시적인 안정감과 집중력 향상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불안감과 초조함, 짜증, 집중력 저하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흡연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니코틴 의존은 더욱 강화되고, 금연을 시도하더라도 스스로 담배를 끊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김대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흡연자는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니코틴에 의해 뇌 보상회로가 변화된 상태”라며 “금연에 반복적으로 실패한다고 해서 의지가 약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정말 덜 해로울까?
서울시내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 합성 니코틴 소재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뉴시스
최근에는 전자담배를 금연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흡연자들도 늘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입소스(Ipsos)가 25~59세 흡연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담배와 니코틴대체제에 대한 흡연자 인식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는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43%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향후 금연 방법으로 전자담배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23.5%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를 선택한 이유(복수응답)로는 ‘금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42.5%)가 가장 많았고, ‘흡연 욕구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39.9%),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28.9%) 등이 뒤를 이었다. 전자담배가 흡연 욕구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자담배를 안전한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하얀 기체를 단순한 수증기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과 중금속, 각종 화학물질이 포함된 에어로졸이다. 특히 가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입자는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전자담배가 금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담배를 완전히 끊기보다 전자담배로 제품만 바꾸거나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중 사용’이 체내 독성물질 노출을 크게 줄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건강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유선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니코틴은 헤로인이나 코카인에 버금가는 강한 중독성을 지닌 물질로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모두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다”며 “전자담배 사용이 일반 담배의 흡연 빈도와 강도를 높일 수 있고, 일반 담배 흡연으로 이어지는 입문 경로가 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것’이다. 실제로 금연을 시작하면 신체는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다. 금연 후 20분이 지나면 혈압과 맥박이 안정되고, 수주가 지나면 혈액순환과 폐 기능이 점차 개선된다. 장기적으로는 암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감소한다.
조 교수는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덜 해로운 대안’이 아니라 형태만 달라진 또 하나의 담배”라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담배가 덜 해로운지를 고민하기보다 모든 형태의 니코틴으로부터 벗어나는 완전한 금연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진 교수는 “니코틴 의존이 강한 경우 혼자 힘으로 금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연클리닉이나 전문 진료를 통해 도움을 받고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니코틴 대체요법, 금연 치료제, 행동치료 등을 병행하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동료의 지지 역시 금연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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