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거르고 끼니 들쑥날쑥"…우울 위험 1.5배 높인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26 14:40  수정 2026.05.26 14:42

서울성모병원 연구팀, 성인 2만1568명 데이터 분석

불규칙 식사 성인, 우울 증상 위험 1.55배 높아

“다양한 식품 섭취·아침 식사, 부정적 영향 완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제때 챙기지 못한 채 밤늦게 허겁지겁 끼니를 해결하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성인 2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식사가 불규칙한 사람은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사람보다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혜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과 채정호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2014~2022년 자료를 활용해 한국 성인 2만1568명을 분석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우울증은 전 세계 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8%, 약 2억8000만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따른 연간 생산성 손실 규모는 약 1조달러(약 1500조원)에 달한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과 흥미·의욕 저하, 수면장애, 식욕 변화,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자살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스트레스,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환자건강설문지(PHQ-9)를 활용해 우울 증상을 평가하고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 등을 적용해 식사 습관과 우울 증상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요 식사가 불규칙한 성인은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성인보다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약 1.55배 높았다. 소득과 교육 수준, 흡연, 음주, 운동, 기저질환 등 다양한 변수 보정 이후에도 결과는 일관되게 유지됐다.


전체 참여자 가운데 5.2%인 1131명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 증상을 보였으며, 이들은 불규칙한 식사 빈도와 아침 결식 비율이 모두 높았다.


연구팀은 식사 자체뿐 아니라 이를 완화하거나 악화하는 요인도 함께 분석했다. 곡류와 채소, 과일, 육류, 두류 및 견과류,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한 경우 불규칙 식사가 우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사 다양성이 낮은 집단에서는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특히 아침 식사는 정신건강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침을 자주 거르는 사람은 불규칙 식사와 우울 증상 간 연관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침 식사가 하루 대사 리듬과 세로토닌, 코르티솔 분비를 안정화해 정서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위 집단 분석에서는 남성과 흡연자, 야식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서 불규칙 식사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태혜진 교수는 “우울증 예방에 있어 무엇을 먹느냐는 물론, 얼마나 규칙적으로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대표성 있는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며 “규칙적인 식사, 아침 결식 예방, 다양한 식품군 섭취라는 세 가지 원칙은 약물 치료 없이도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우울증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정호 교수는 “우울 증상은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면, 활동, 식사처럼 일상의 리듬 전반과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식사 습관 교정이라는 작은 요소가 정신건강 관리의 보조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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