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 막으려 보상체계 대수술…노사가 각각 얻은 것은 (종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21 00:35  수정 2026.05.21 00:35

DS 특별성과급 10년 제도화·상한 폐지…노조 요구 상당수 반영

삼성은 사업부 60% 배분·영업익 조건으로 성과주의 틀 유지

적자 사업부 보상 유예 수용하며 총파업 직전 극적 타결

향후 국내 대기업 노사 협상에서 새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는 "삼성이 결국 상당 부분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 방식에서 회사 측이 한시적 유예를 받아들이고, 상한 없는 특별성과급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기존 성과주의 원칙이 적지 않게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20일 공개된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DS(반도체)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고 향후 10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재원 규모는 사업성과의 10.5% 수준이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1.5%와 합치면 총 12% 규모다.


'상한 없는 10년 성과급'…노조 요구 상당수 반영

노조 입장에서는 '성과 공유 제도화' 요구를 상당 부분 관철한 셈이다. 특히 DS 특별경영성과급에는 지급 상한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기존 OPI 체계의 한계를 넘는 별도 보상 구조가 만들어졌다. 노조가 핵심 요구로 내세웠던 '상한 폐지'가 사실상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급 배분 방식도 기존 삼성전자 구조와 달라졌다. 노사는 특별성과급 재원의 60%를 DS 흑자 사업부에 배분하고, 나머지 40%를 DS 전체 구성원에게 공통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가 주장했던 'DS 전체 성과 공유' 개념이 일부 반영된 셈이다. 다만 DS 내부에서도 성과에 따른 차등 구조는 유지됐다.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책정됐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패널티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 기준으로 내년에 지급되는 성과급은 적자 사업부 역시 메모리사업부 수준에 가까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메모리사업부와 달리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가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급 형평성 논란도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존 회사안 대로라면 메모리사업부와 비메모리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수억원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총파업 리스크를 막기 위해 기존 성과주의 원칙에서 일정 부분 물러선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주택대부와 출산 경조금 확대 등 복지 조항도 포함됐다. 무주택 조합원 대상 사내 주택대부 제도가 신설되며, 출산 경조금은 첫째 100만원·둘째 200만원·셋째 이상 500만원으로 상향된다.

'성과주의 틀'은 남긴 삼성

반면 삼성전자 역시 핵심 원칙 일부는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OPI 체계는 유지됐고, 특별성과급 재원 역시 사업부 60%, 부문 40% 구조로 설계되면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틀은 남겨뒀다.


적자 사업부 패널티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7년분부터는 공통 지급률의 60%만 적용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적자 사업부까지 동일 수준 성과급을 장기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는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성과급 지급 조건도 강화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최소 영업이익 기준을 충족해야만 지급된다. 2026~2028년에는 DS부문 영업이익 누적 200조원 이상, 2029~2035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 이상 달성이 조건이다. 실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특별성과급은 지급되지 않는다.


지급 방식 역시 현금이 아닌 세후 전액 자사주 지급 구조로 설계됐다. 회사 측으로서는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주주가치와 임직원 이해관계를 연동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급 물량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각각 1년·2년간 보호예수된다.


또 이번 합의안에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 대해 600만원 상당 자사주를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DS 중심 성과급 논란 속 조직 간 형평성 문제를 일정 부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총파업은 임시 봉합했지만"…재계는 후폭풍 주시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노조는 제도화를 얻었고 회사는 성과주의 틀을 지켰다"는 평가와 함께 "결국 총파업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가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해석도 동시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 사업부 보상 유예와 상한 없는 특별성과급 도입은 기존 삼성전자 보상 체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변화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과 주주,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국내 대기업 노사 협상에서 새로운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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