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도 우승 가능?’ 92년간 이어진 월드컵 순혈주의 징크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5.19 08:42  수정 2026.05.19 08:42

22회 대회까지 치르며 자국 출신 감독이 우승

이번 대회는 홍명보 비롯해 총 20개팀이 자국 출신

지난 2022년 조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 AP=뉴시스

축구공은 둥글고 스포츠 세계에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다. 매 대회 이변과 기적이 연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지만, 92년간 치러지며 단 한 번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은 징크스가 존재한다. 바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오직 자국 출신 지도자만이 들어 올린다’의 법칙이다.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축구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역대 22번의 대회를 치르며 유지되어 온 ‘자국 출신 감독 우승’의 징크스 또한 유지될 수 있을까.


대회가 시작된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르기까지 월드컵은 수많은 명장들을 배출했다. 전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가들이 등장했고, 조국을 떠나 타국의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세계를 놀라게 한 성공 신화도 넘쳐났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의 도전사는 우승 문턱 앞에서 멈춰 서야 했다. 우승의 신은 언제나 ‘순혈 감독’만을 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대회 우승국 우루과이의 알베르토 수피치 감독을 시작으로 1934년과 1938년 이탈리아를 지휘하며 역사상 유일무이한 2연속 우승을 달성한 비토리오 포초 감독 역시 이탈리아 순혈이었다.


이후 백전노장 제프 헤르베르거(1954년 서독), 삼바 축구의 전성기를 연 비센치 페올라(1958년 브라질)와 아이모레 모레이라(1962년 브라질),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세운 알프 램지(1966년 잉글랜드), 그리고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불세출의 레전드 마리우 자갈루(1970년 브라질)와 프란츠 베켄바워(1990년 서독), 디디에 데샹(2018년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우승 트로피의 향방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감독의 여권 국적과 일치했다.


2000년대 이후 현대 축구가 전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지도자의 국경 간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시점에도 이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2002년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2006년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2010년 스페인 티키타카의 정점을 찍은 비센테 델 보스케, 2014년 전차군단의 독일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요아힘 뢰브,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2년 카타르에서 리오넬 메시와 함께 라스트 댄스를 완성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22전 22승, 자국인 감독의 완벽한 100% 우승 확률이다.


역대 월드컵 우승 감독. ⓒ 데일리안 스포츠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본선 무대를 밟는다. 그러나 우승권에 근접한 전통의 강호들과 확고한 축구 철학을 가진 국가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국 출신 지도자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우승 공식'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자국 출신 사령탑 체제로 출사표를 던진 팀은 총 20개국이다. 이들은 강력한 우승 후보부터 대이변을 노리는 복병들까지 촘촘하게 포진해 있다.


조별리그 편성 순서대로 살펴보면, A조는 그야말로 순혈 지도자들의 진검승부처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안고 정상급 도약을 노리는 멕시코(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대한민국(홍명보 감독), 그리고 탄탄한 조직력의 체코(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가 자국 감독의 지도력 하에 토너먼트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툰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홍 감독 체제로 본선 무대에 나서 민심의 복잡한 시선 속에서 증명의 시험대에 선다.


B조에서는 유럽의 복병 보스니아(세르게이 바르바레즈 감독)와 메이저 대회마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스위스(무라트 야킨 감독)가 전통 수호에 나선다. C조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스코틀랜드(스티브 클라크 감독)가, D조는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호주(토니 포포비치 감독)가 자국인 사령탑의 지휘 아래 출격 대기를 마쳤다.


우승 후보들이 대거 포진한 E조와 F조의 라인업은 화려함 그 자체다. E조의 독일은 '천재 전술가'로 불리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체제에서 지난 몇 년간의 암흑기를 청산하고 전차군단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통산 5번째 우승을 겨냥한다. 아프리카의 강자 코트디부아르(에메르스 파에 감독) 역시 자국 감독 특유의 끈끈함으로 이변을 준비 중이다.


북중미 월드컵 자국 출신 감독을 선임한 팀. ⓒ 데일리안 스포츠

F조에서는 오렌지 군단의 전설 로날드 쿠만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와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리는 일본(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모리야스 감독은 오랜 기간 일본 대표팀을 이끌며 다져온 빌드업 축구로 원정 토너먼트 잔혹사 깨기에 도전한다.


이외에도 G조의 이집트(호삼 하산 감독)와 이란(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 H조의 유로 대회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과 아프리카의 돌풍을 꿈꾸는 카보베르데(부비스타 감독)가 자국 출신 사령탑과 호흡을 맞춘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결집한 I조와 J조, L조는 이 징크스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I조의 프랑스는 2018년 우승 감독이자 장기 집권 중인 디디에 데샹 감독이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사냥하기 위해 나선다.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스톨레 솔바켄 감독)와 아프리카의 강자 세네갈(파페 티아우 감독)도 순혈 사령탑의 힘을 믿는다.


J조의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2년 카타르의 영웅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그대로 지휘봉을 잡고 대회 2연패라는 대업에 도전하며, L조의 크로아티아 역시 2018년 준우승, 2022년 3위를 이끈 마법사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이 자국 선수들과의 완벽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기적의 드라마를 쓸 준비를 마쳤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