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병해 오진, 2차 피해 부른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5.18 11:01  수정 2026.05.18 11:01

농진청, 5대 고추 바이러스병 관리법 제시

총채벌레·진딧물 등 전염 경로별 대응 필요

“차먼지응애 피해와 혼동 주의해야”

고추바이러스병 예방 만화. ⓒ농촌진흥청

고추 아주심기 시기를 맞아 바이러스병 예방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가 피해가 큰 5대 고추 바이러스병의 특성과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생육 초기 전염원 차단과 정확한 진단을 당부했다.


고추 바이러스병은 한 번 식물체 내부로 침입하면 제거할 수 있는 치료 약제가 없다. 매개충 방제와 재배지 위생 관리, 감염 의심 식물 격리 여부가 수확량과 품질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1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추에서 발생하는 대표 식물바이러스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잠두위조바이러스2, 고추모틀바이러스,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 등이다.


이들 바이러스는 전염 경로가 다르다.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는 꽃노랑총채벌레가 옮기고,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와 잠두위조바이러스2, 고추모틀바이러스는 진딧물이 전염시킨다.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는 종자나 토양, 농작업 중 식물체 간 접촉으로 퍼진다.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는 ‘칼라병’으로 불린다. 잎에 원형 반점이 생기고 증상이 심하면 새순이 까맣게 괴사한다. 열매에는 얼룩이 생기거나 떨어지는 피해가 나타난다. 총채벌레는 꽃 속에 숨는 특성이 있어 밀도가 급증하기 전인 5월부터 지속적인 방제가 필요하다.


농가에서는 약제 저항성을 줄이기 위해 2~3가지 농약을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 아주심기 초기에는 총채벌레를 유인하는 파란색 끈끈이 덫을 설치해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진딧물이 옮기는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잠두위조바이러스2, 고추모틀바이러스도 주의가 필요하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는 고추에서 자주 발생하는 바이러스 중 하나로 잎이 뒤틀리고 모자이크 무늬가 나타난다. 잠두위조바이러스2와 고추모틀바이러스도 잎이 노랗게 변하고 쪼그라드는 증상을 보인다.


복합 감염 때 피해는 더 커진다. 한 바이러스가 단독으로 감염됐을 때보다 여러 바이러스가 함께 감염됐을 때 잎과 줄기의 괴사, 수확량 급감 등이 나타난다. 아주심기 전후에는 제초 작업으로 진딧물을 줄이고, 아주심기 초기에는 반사필름을 설치해 진딧물 발생을 살펴야 한다.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는 벌레 약을 뿌려도 병이 계속 옆으로 번지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잎에 모자이크 증상이 생기고 과실이 울퉁불퉁해진다. 농가는 검증된 깨끗한 고추 종자를 사용하고, 곁순 따기와 지주대 묶기 등 작업 과정에서 기계적 전염을 막아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식물은 노끈으로 표시하고 마지막에 작업해야 한다. 작업 뒤에는 가위 등 도구를 70% 알코올, 탈지분유, 제삼인산나트륨 용액 등으로 소독해야 한다. 감염이 확인되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뿌리째 뽑아 제거해야 한다.


오진에 따른 2차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 생육 초기 새순이 오그라드는 증상을 바이러스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당수는 차먼지응애 피해다. 바이러스는 잎에 무늬가 생기고 잎 모양이 변형되는 반면, 차먼지응애 피해 잎은 가장자리가 아래쪽으로 심하게 말리고 잎 뒷면이 구릿빛으로 반짝이는 코팅 현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병을 세균성·곰팡이성 병해로 잘못 보고 살균제나 다량의 영양제를 뿌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는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없고 감염으로 대사 기능이 떨어진 고추에 화학적 스트레스를 줘 말라 죽게 할 수 있다.


현장에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농촌진흥청이 제공하는 ‘스마트 병해충 진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1차 확인 뒤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정밀 진단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강미형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식물병방제과장은 “고추 바이러스병은 각 바이러스의 전염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매개충 방제와 재배지 위생 관리를 병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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