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의견 71% 반영…농가가 체감하는 ‘생활 밀착형’ 성과
딸기 병해부터 축산 방역까지…‘아이디어 뱅크’로 부상
2026년 1분기 377건 접수·269건 반영
연구과제·현장지원 수요가 전체 68% 차지
농업인의 의견이 연구개발과 현장지원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넓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현장ON’은 올해 1분기까지 377건의 의견을 접수해 269건을 반영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딸기 육묘장에서 반복되는 병해 우려는 조기진단 기술 수요로 이어졌다. 흰찰쌀보리의 병 저항성과 수량성을 높여 달라는 요구는 품종 육종과제와 연결됐다. 축산 현장에서는 가축 질병을 더 일찍 확인할 수 있는 방역 근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시설농가에서는 전기화재 위험을 줄일 장비 지원 요구가 제기됐다.
농업 현장의 의견이 연구과제와 기술지원, 시범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농업·농촌 현장의견 통합관리 체계 ‘현장ON’에는 2026년 1분기까지 모두 377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269건이 반영됐다. 반영률은 71%다.
검토 중인 의견은 70건으로 19%,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의견은 17건으로 5%였다. 반영이 어려운 의견은 21건, 6%로 집계됐다. 현장ON이 단순 민원 처리 창구를 넘어 농업 연구와 기술보급 수요를 발굴하는 통로로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농촌진흥청 ‘현장ON’이 농업 현장 의견을 접수한 뒤 현장지원, 정보제공, 연구과제, 제도개선으로 나눠 관리하는 흐름을 시각화한 이미지.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컨설팅과 연구과제…투트랙으로 움직이는 '현장ON'
377건의 의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연구과제 수요였다. 모두 142건이다. 이어 현장지원 113건, 제도개선 50건, 정보제공 49건, 현장사업 23건 순이었다.
연구과제와 현장지원 수요를 합치면 256건이다. 전체의 68%다. 농업인이 현장에서 제기한 의견 상당수가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기존 기술의 현장 적용, 재배·방역·시설 관리 지원과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반영 속도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달랐다. 현장지원 수요는 113건 가운데 104건이 반영돼 반영률이 92%였다. 정보제공은 49건 가운데 46건이 반영돼 94%를 기록했다. 단순 안내나 기술자료 제공, 현장 컨설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견은 비교적 빠르게 후속 조치로 이어졌다.
연구과제 수요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142건 가운데 84건은 수행 중인 과제에 반영됐고, 56건은 신규과제 반영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장에서 나온 문제가 곧바로 답을 얻기 어려운 경우에도 연구개발 수요로 남아 관리되는 구조다.
농업 현장의 질문은 한 갈래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어떤 의견은 즉시 안내로 끝났고, 어떤 의견은 현장컨설팅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의견은 연구자가 검토해야 할 과제로 축적됐다. 현장ON 성과를 접수 건수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농촌진흥청 ‘현장ON’에 접수된 2026년 1분기 농업 현장 의견 377건을 기관·분야별로 시각화한 이미지. 축산, 식량, 원예특작, 농업과학, 본청 등 품목과 기관을 넘나든 현장 요구가 연구·지원·제도개선 수요로 모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품목별 경계 허문 377건의 ‘농심(農心)’
현장 의견은 주로 대면 소통 과정에서 들어왔다. 회의·협의 경로가 16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관장과 실·국장 등의 현장활동을 통한 접수가 142건이었다. 국민신문고와 전화상담 등 민원채널은 60건, 업무연계 과정에서 발굴한 의견은 8건이었다.
회의장과 농장, 간담회 현장이 주요 통로였다는 점은 현장ON의 성격을 보여준다. 민원인이 행정 창구를 찾아와 남긴 문의만 모은 것이 아니라 연구기관과 농업인이 만나는 자리, 품목별 협의체, 현장방문 과정에서 나온 요구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관별로는 국립축산과학원이 1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축산 분야에서는 가축 질병, 사양관리, 분뇨자원화, 수정란 분양, 농기계·시설지원 등 생산 현장과 제도 현안이 폭넓게 제기됐다.
국립식량과학원에는 85건이 접수됐다. 벼·맥류·콩 품종개발, 씨감자 보급, 밀가루 품질관리, 전략작물직불금, 파종기 지원 등 식량작물 생산과 가공, 제도 수요가 함께 들어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72건을 접수했다. 사과 착색, 딸기 병해 진단, 순환식 수경재배, 과수 동해예방, 스마트팜 기술지원 등 과수·채소·특용작물 분야의 세부 수요가 중심이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친환경농업, 미생물제, 토양관리, 방제로봇 등과 관련한 의견 60건을 받았다. 본청 접수는 36건이었다.
딸기 육묘 현장의 병해 조기진단 요구가 영상·데이터 기반 비파괴 진단기술 탐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각화한 이미지. 농업인이 제기한 현장 문제가 품종개량, 방역 연구, 기술지원 등 농업 연구과제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농민 ‘의견’에 과학이 답하다…현장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현장ON의 성과는 대표 사례에서 더 분명해진다. 농업인이 느낀 불편이나 위험이 어떤 부서의 검토를 거쳐 연구, 지원, 사업으로 이동했는지가 핵심이다.
딸기 육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들음병 조기진단 요구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기술 탐색으로 이어졌다. 육묘 단계에서 병해를 늦게 확인하면 생산 차질이 커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병이 확산되기 전에 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이는 영상기반 표현형 분석법을 활용한 비파괴 조기진단 기술 탐색으로 연결됐다.
식량작물 분야에서는 흰찰쌀보리 개선 요구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는 호위축병 저항성과 수량성을 높인 품종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의견은 식용보리 육종과제에 반영해 신속보급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품종 개발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현장 요구가 기존 과제와 맞물리면 연구 방향을 조정하는 계기가 된다.
축산 분야에서는 가축 질병을 더 일찍 확인하고 방역 판단의 근거를 정밀하게 쌓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농장 안팎을 오가는 차량과 출입자, 주변 환경이 병원체 유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진 배경이다. 현장의 요구가 단순한 방역 장비 보강을 넘어 질병 유입 경로를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연구 수요로 확장된 셈이다.
시설농가 안전 문제도 현장 의견에서 출발했다. 전기화재에 취약한 하우스에 스마트 전기화재 감지기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는 2026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 시범사업 지원 가능 품목에 반영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농가 안전 문제가 시범사업 지침 보완으로 연결된 사례다.
농업 현장에서 제기된 불편이 접수, 진단, 컨설팅, 모니터링, 교육, 시범사업 개선으로 이어지는 ‘현장ON’ 지원 흐름을 시각화한 이미지. 순환식 수경재배 관리, 콩나물 콩 ‘해찬’ 균열 문제, 스마트 전기화재 감지기 지원 등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기술지원 사례를 담았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현장의 목소리가 혁신으로"…농가 맞춤형 기술지원 ‘박차'
현장지원은 농가가 당장 겪는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순환식 수경재배에서 폐양액을 재사용할 때 생육 부진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순환식 수경재배는 물과 양분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지만, 현장에서는 원수 오염도와 급·배액 관리 수준이 작물 생육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농진청은 시범사업 농업인을 대상으로 설비 점검, 원수 오염도 분석, 급·배액 모니터링 등 맞춤형 기술지원을 했다.
콩 품종 ‘해찬’으로 콩나물을 기를 때 머리 부분에 균열이 생긴다는 의견도 현장지원으로 이어졌다. 이 사안은 콩 수확 후 탈곡 과정에서 종자 손상을 줄이기 위한 농업인 교육으로 연결됐다. 현장 문제를 품종 하나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수확·탈곡·재배관리 과정까지 함께 살핀 것이다.
현장ON의 역할은 여기에서 분명해진다. 현장에서 제기된 불편을 접수 단계에서 흘려보내지 않고, 연구과제·현장지원·제도개선으로 나눠 관리하는 데 제도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의견은 기술지원과 정보제공으로 처리하고, 시간이 필요한 의견은 연구과제나 시범사업 수요로 남긴다. 단기 대응과 중장기 연구가 같은 체계 안에서 관리되는 구조다.
성과의 핵심은 377건이라는 접수 규모보다 그 이후의 이동 경로에 있다. 농업인의 요구가 연구자의 과제, 지도기관의 컨설팅, 시범사업의 개선 항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앞으로 현장 의견이 연구개발과 현장지원, 사업 개선으로 연결되는 사례를 지속 발굴해 공유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승돈 청장은 “올해 1분기까지 접수된 현장 의견 377건 가운데 269건이 반영됐고 87건은 검토 중이거나 중장기 과제로 관리하고 있다”며 “속도뿐 아니라 처리 결과를 다시 현장에 돌려보내 농업인이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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