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돼" 경고에도 "강행" 외친 삼성 노조...정부 결단 임박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3 14:43  수정 2026.05.13 14:48

총리·부총리·산업장관까지 공개 경고…21일 총파업 현실화 수순

노조 "추가 대화 없다" 선언…'긴급조정권' 놓고 정부 딜레마 커져

법원 가처분·정부 개입 여부가 최대 변수로 부상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DB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총리와 경제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파업은 안 된다"고 공개 경고했지만 정작 노조는 "추가 대화는 없다"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노사 자율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정부가 결국 긴급조정권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검토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수원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파업 종료까지 회사와 추가적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업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사건 2차 심문기일이다.


법원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개시일인 21일 하루 전인 20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삼성전자 총파업 향방을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7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제도 개편을 둘러싼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 및 제도화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업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성과급 체계를 고정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업계 최고 수준 실적 달성 시 특별 포상 등을 통해 경쟁사 이상 수준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 상황에서 끝내 노조가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삼성전자 역시 이날 공개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회사는 "노조의 결정이 회사는 물론 임직원과 주주,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고 있다"며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 고위 인사들도 이날 잇따라 우려를 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삼성전자 파업이 어떤 경우에도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반도체 산업에서 파업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며 산업 경쟁력 훼손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자율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현 상황에서 산업계는 이제 정부의 '긴급조정권'이라는 마지막 카드만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정부 역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최대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총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데다 AI 시대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이 한 번 멈추면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일부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 장기화 시 HBM과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 글로벌 공급망 신뢰 훼손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재계와 주주단체 안팎에서는 정부 개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재판부에 가처분 인용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며 "국가 경제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신속한 가처분 인용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작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노사 자율 대화'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총파업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긴급조정권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어 정부 내부 온도차가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밤을 새워서라도 대화해야 한다"며 자율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85%의 이득이 자본으로만 가는 것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며 초과이익 재분배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긴급조정권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같은 날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후조정 연장은 총파업 동력을 저해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삼성전자 총파업 파급력을 심각하게 바라보면서도 실제 긴급조정권까지 발동하기에는 정치적 부담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석한다. 결국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는 오는 20일 예정된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함께 정부가 실제 긴급조정권이라는 초강수까지 꺼낼지 여부에 따라 중대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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