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靑 정책실장 "AI시대 과실, 국민 환원해야"
金 페북 메시지에 코스피 8000선 앞두고 5% 급락
靑 "내부 논의·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 선 긋기
국민의힘 등 야권 "李대통령, 金 즉각 경질하라"
김용범 정책실장이 4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기업 초과 이윤의 일부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제도를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공산주의 배급 경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다.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 시대의 초과 이윤은 속성상 한 곳에 집중돼 메모리 기업 주주,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 같은 계층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매우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AI 시대 핵심 질문은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구조적인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며 "(한국의 경우에는)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제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관련해선 "청년 창업 자산으로 갈 것인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할 것인지, 예술인 지원으로 할 것인지, 노령연금 강화로 할 것인지, AI 시대 전환 교육 비용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AI 시대의 초과 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먼저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들어내는 모델이 나중에는 하나의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의 이같은 제안을 두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고, 코스피가 이날 장중 5% 급락한 것은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언급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한 고위 정책 당국자가 AI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2% 넘게 급등해 8000선 턱밑인 7999.67까지 올랐다. 그러나 오전 10시쯤부터 하락해 5.12% 떨어진 7421.71까지 내려갔다. 오름세를 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방향을 틀었다. 공교롭게도 김 실장의 AI 국민배당금 제안이 확산될 무렵이었다.
초과 세수를 전제로 한 국민배당금 제도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추진해 온 기본소득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자리에서도 기본소득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0여년 전부터 기본소득을 얘기했는데, AI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기본소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묻자 허사비스 CEO는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충남 천안시 백석동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충남도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에서는 김 실장의 경질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드디어 (이재명 정부의)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며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정부가 강제로 뺏어서 나눠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을 정부가 가져가서 나눠준다면, 그게 바로 공산주의 배급 경제"라며 "지금 이재명 정부는 우리 체제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코스피는 8000 돌파 기대감으로 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김 실장이 느닷없이 국민배당금 구상을 꺼내든 후 폭락했다"며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불안을 초래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김 실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기득권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기업 초과 이익을 전국민에게 사회주의식으로 나눠주자는 '기업 이익 배급제'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2년 초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에 이재명 정부가 기여한 것은 없다"며 "'혼자만 잘 먹고살지 말고 사단에 돈 좀 싸게 싸게 내라고'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야인시대 우미관식 정치"라고 했다. 이어 "기업이 구성원에게 성과를 나누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국가가 법률로 정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정부가 강제하려는 시도, 이것이 바로 반기업 정책"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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