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아이패드 최대 300달러 인상
메모리·저장장치 가격 3개 분기 새 4배 급등
PC 역성장 전망…삼성은 양면효과·LG는 원가 부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품귀가 완제품 가격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Xbox 콘솔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AI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전자업계도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자이자 스마트폰·TV·생활가전 완제품 업체라는 점에서 수혜와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된다. LG전자는 TV·노트북·생활가전 등을 판매하는 세트업체인 만큼 부품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메모리와 저장장치 탑재 비중이 큰 PC 제조사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맥북과 아이패드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300달러 인상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부품 가격 상승을 더 이상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밝힌 이후 나온 공식 가격 인상이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대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례 없는 부품 가격 상승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며 향후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팀 쿡 CEO도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등 부품 가격 급등 상황을 두고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홍수와 같은 상황"이라며 "40년 넘게 업계에 있었지만 어떤 분야에서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애플 주가는 6% 이상 급락하며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업체에는 호재지만, 애플 같은 완제품 업체의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은 최근 3개 분기 동안 약 4배 급등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확대하면서 일반 메모리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반도체 업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매출총이익률이 84.9%까지 뛰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메모리 업체의 가격 결정력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데일리안AI 이미지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이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으로 전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게임 콘솔은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핵심 부품으로 사용한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강화한 PC와 스마트폰은 더 많은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필요로 한다.
PC 시장은 이미 가격 부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5% 감소한 2억62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레노버와 HP, 델 등 PC 시장 상위 업체 출하량은 약 5% 수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델은 기업용·프리미엄 비중이 높아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감소 폭이 가장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에이수스와 에이서 등 저가 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 위축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PC 제조사들도 메모리와 SSD 가격 상승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노트북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량 메모리와 SSD를 탑재한 프리미엄 노트북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 사양 조정, 프로모션 축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메모리 품귀를 양면적으로 맞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는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 사업에는 부품 원가 상승 압박으로 돌아온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반도체 부문은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고, 세트 부문은 비용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LG전자는 메모리 공급자가 아닌 만큼 가격 상승의 수혜보다는 원가 부담 쪽에 가깝다. TV, 노트북, 생활가전은 반도체와 전자부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가 과제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저장용량 경쟁과 온디바이스 AI 기능 확대로 메모리 탑재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원가 상승을 모두 흡수하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가격을 올리면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진다. 애플이 먼저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다른 스마트폰·PC 업체들도 신제품 가격 전략을 다시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당장 모든 완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기보다는 메모리 탑재량이 많은 제품부터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량 노트북, 프리미엄 태블릿, 스마트폰 고용량 모델, 게임 콘솔, AI PC 등이 우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TV와 AI 가전 등으로 부담이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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