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농업정책의 출발점이 되다 [농정현장ON①]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5.13 10:18  수정 2026.05.13 10:18

농진청, 현장 의견 통합관리 체계 가동

농업 현장 의견, 접수부터 환류까지 한번에

농업과학기술 기반 국민 체감 서비스 강화

올해 시스템 구축…내년 고도화 추진

농촌진흥청이 농업 현장의 의견을 접수부터 검토, 대응, 환류까지 통합 관리하는 ‘현장ON’을 운영한다. 농진청의 새로운 시도는 그동안 '민원해결'에 머물렀던 방식에서 진화한 실무형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연구개발의 출발점으로 옮겨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인, 소비자, 유관기관 등 다양한 경로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농업·농촌 현장의견 통합관리 체계인 ‘현장ON’을 운영한다.


현장ON은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접수한 뒤 검토, 대응, 환류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단순 문의는 빠르게 안내하고, 기술 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전문가 컨설팅으로 연결한다.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수요는 연구과제, 시범사업,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농업인이 제기한 한마디가 일회성 민원으로 끝나지 않고, 농업과학기술 서비스와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한 언론사 기고에서 “농업 현장에서 나오는 품종·병해충·농기계·수출 기준·제도 개선 요구는 연구개발과 기술 보급이 붙잡아야 할 살아 있는 정보”라며 “민원은 처리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더 나은 정책을 여는 단서”라고 말했다.


현장ON은 농업인과 유관기관, 소비자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한곳에 모아 정책 수요로 축적하는 체계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흩어진 현장 의견, 농정 데이터로 모은다


그동안 농업·농촌 현장의견은 여러 경로에서 수집됐다. 기관장 현장 활동, 실·국장 방문, 부서별 업무 과정, 국민신문고, 전화상담, 회의·협의회 등이 대표적이다. 각 부서와 기관이 현장에서 들은 의견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면서 종합적인 분석과 환류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장ON은 이처럼 흩어져 있던 의견을 한곳에 모으는 체계다. 고객지원담당관실이 자체적으로 발굴하던 전화상담, 국민신문고, 기술지원 수요에 더해 기관장 및 실·국장 현장 활동, 부서 발굴 의견까지 관리 대상을 넓힌다.


농진청은 현장 의견을 단순 민원 응답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농업인이 겪는 불편, 품목별 기술 수요, 경영·유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 수출·청년농·민관협력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농업과학기술 수요로 축적한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요구를 분석해 연구개발 과제나 기술보급 사업, 제도개선 과제로 연결하는 구조다.


이 청장은 “현장 의견이 여러 부서에 흩어지면 같은 불편이 반복돼도 전체 흐름을 읽기 어렵고 일회성 답변에 그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연구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의견을 수집한 부서는 5일 이내 시스템에 입력하고, 기술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담당 부서가 검토하는 절차로 이어진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접수 후 5일 이내’ 입력…현장 의견 처리 속도 높인다


운영 절차는 크게 등록, 검토, 대응, 환류로 구성된다. 현장 의견을 수집한 부서는 의견수렴 후 5일 이내 현장ON 시스템에 내용을 입력한다. 등록 단계에서는 표준화된 입력 양식을 활용하고, 출장 결과보고서와 사진, 개인정보동의서 등 관련 자료도 함께 올릴 수 있다.


시스템에 입력된 의견은 수요 유형에 따라 1차 분류된다. 자체 처리가 가능한 의견은 즉시 처리하고 결과를 등록한다. 기술적 타당성이나 실행 가능성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담당 부서로 넘겨진다. 기술수요 담당 부서는 15일 이내 기존 연구성과와의 연계성, 현장 적용 가능성, 수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한다.


검토가 끝난 의견 중 연구과제화, 사업화, 제도개선 등 중장기 조치가 필요한 사안은 검토협의회를 거친다. 협의회는 분기별 1회 운영된다. 고객지원담당관을 중심으로 연구관리과, 기술보급과, 기술지원과 등 기술수요 관련 부서와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해 대응 방향과 담당 부서를 정한다.


시스템 기능도 현장 의견의 이력 관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단계별 담당자 알림, 대시보드 처리 현황, 민원처리 기한 제공, 현장민원 수요 및 처리 결과 데이터베이스화 기능이 포함된다.


농진청은 올해 현장ON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현장의견 진행 상황을 민원인에게 알리는 기능까지 고도화할 예정이다. 의견을 접수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처리 과정과 결과를 다시 현장에 알려주는 구조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재배관리, 병해충, 시설환경처럼 현장 확인이 필요한 사안은 전문가 컨설팅과 기술 지원으로 연결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현장 지원부터 연구과제까지…의견마다 대응 경로 세분화


현장ON의 대응 유형은 즉시해결, 현장지원, 연구과제, 현장사업, 제도개선 등 5개로 나뉜다. 단순 문의, 절차 안내, 자료 제공처럼 바로 조치할 수 있는 의견은 정보 제공 방식으로 처리한다. 소관 부서가 의견을 확인하고 해결 내용을 시스템에 등록한 뒤 5일 이내 민원인에게 결과를 안내한다.


기술 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현장 컨설팅으로 연결된다. 재배관리, 병해충, 시설환경 등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는 문제는 고객지원담당관실과 소속기관 기술지원과가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위원 18명과 명예기술위원 82명도 활용할 수 있다.


컨설팅은 기초컨설팅, 현장컨설팅, 종합컨설팅 등 3단계로 운영된다. 전화 상담이나 농업기술 자료 제공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은 기초컨설팅으로 대응한다. 현장 방문과 원인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컨설팅을 실시한다. 다수 농가나 지역, 품목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문제는 관련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컨설팅으로 이어진다.


중장기 수요는 연구와 사업, 제도개선으로 연결된다. 과학적 검증이나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의견은 연구과제화 검토 대상이 된다. 이미 개발된 기술의 보급이나 현장실증이 필요한 사안은 시범사업 또는 현장사업과 연계한다.


규정, 지침, 업무 절차, 지원 기준과 관련된 의견은 제도개선 과제로 분류해 담당 부서가 수용 여부와 추진 가능성을 검토한다. 현장에서 제기된 불편을 행정 절차 개선이나 사업 기준 조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셈이다.



농업 현장의 요구는 현장ON을 통해 연구개발, 기술보급,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농업 현장 의견을 정책으로 되돌리는 환류 장치


현장ON은 농업인의 불편을 듣는 창구를 넘어 농업 연구와 기술보급의 방향을 조정하는 환류 장치에 가깝다. 현장 의견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과정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특정 품목이나 지역에서 공통 수요가 나타나는지, 기존 연구성과로 해결 가능한지 등을 체계적으로 살피는 데 있다.


농업 현장의 요구는 품목, 지역, 계절, 재배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병해충 문제라도 작목과 재배 환경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고, 농기계·시설·수출 규격처럼 제도와 기술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장ON은 이런 의견을 누적해 농업과학기술 수요로 전환하는 기반이 된다.


이 청장은 “현장ON의 핵심은 건의에서 정책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라며 “접수·검토·대응·환류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해 연구과제와 시범사업,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