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충격은 2분기부터" 식품업계 덮친 원가 폭탄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5.14 07:31  수정 2026.05.14 07:31

중동發 악재에도 압박수위 높이는 정부

업계 "2분기엔 '생존 가능여부'가 화두"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올해 1분기는 해외시장 성장과 수출 호조에 따라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업계의 시선은 이미 2분기를 향해있다.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고유가·고환율·포장재 단가 인상 등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선 예상되는 실적 악화 부담에 더해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인상 억제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고민에 빠졌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라면 기업 가운데 농심의 1분기 매출 컨센서스(추정치)는 9260억원, 영업이익은 6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9%, 7.24% 증가할 전망이다.


이날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연결 기준 7144억원, 영업이익 17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32%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이 같은 기간 38% 증가한 5850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중동 정세에 따른 원재료와 포장재 수급 우려에도 선제적 재고 확보를 통해 1분기 실적에 미칠 충격을 방어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웰푸드도 1분기 매출액 1조273억원, 영업이익은 358억원으로 각각 5.4%, 118% 증가했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법인 등 해외 법인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1분기 매출액 9525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으로 영업이익에서만 90% 넘게 올랐다. 에너지음료와 스포츠음료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고, 수출 호조가 영업이익 상승을 뒷받침했다.


오리온 또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349억원, 16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27.7% 상승했다. 오리온 러시아 법인의 초코파이 매출은 지난해 217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선 호재를 기록했다.


7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 내 한 포장용품 제작 업체에서 자영업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이처럼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일부 부문을 제외하면 상당 부분 호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법인 성과와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포장재 재고, 판관비 등 고정비 절감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식품업계는 이미 오는 6월 혹은 7월을 임계치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분기 기업별 매출, 영업이익은 대외적 상황이 좋아서 호조를 기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자체 비용을 최대한 줄여 억지로 만든 이익에 가깝다.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식품업계를 위협하는 대내외적 위기는 사방에 포진해 있다.


우선 국내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로, 전년 동기보다 2.6% 상승했다. 2024년 7월(2.6%)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생산자물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 되며 포장재(비닐·필름·페트·라벨지 등)의 주원료인 나프타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점도 식품업계의 최대 골칫거리다.


포장재 단가는 이달 들어서만 20~30% 인상됐고, 식품 포장재와 배달용기 등에 쓰이는 핵심 원료 나프타의 현물 가격은 최근 톤(t)당 935달러로 연초 대비 74.1% 올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오가면서 수입 원재료 부담까지 더해지는 실정이다.


증권가에서도 업계의 위기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에 따른 원가 부담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이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부처를 향해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차단하라'는 정부의 압박도 식품업계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요인이다.


국제유가·원재료·포장재·환율 등 원가 비용 상승 부담 급증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의 강경 기조로 선뜻 가격 인상안을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물가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차단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지시했다.


원가 상승 요인이 대내외 곳곳에 상존하는 상황 속, 정부가 사실상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동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부터가 실적 악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는 성장이 아닌 '생존 가능여부'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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