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 끝내 거부한 삼성 노조, '40조 증발' 총파업 카운트다운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3 09:09  수정 2026.05.13 09:14

17시간 마라톤 협상 끝 최종 결렬,

중노위 조정안에도... 노조 "퇴보한 안건" 반발

20일 가처분 결정·긴급조정권 여부 최대 변수로

업계 "제한적 파업 가능성 높지만 최악 상황 배제 못해"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삼성전자 노사의 마지막 조정 절차가 끝내 결렬되면서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틀간 마라톤 협상에도 성과급 체계 개편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창사 최대 규모 총파업이 현실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액만 40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 남은 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정부 개입 여부, 실제 노조 동원력이라는 관측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이날 이른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7시간 넘는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앞서 열린 1차 회의 역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약 11시간30분 이어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조 "조정안 오히려 퇴보... 받아들일 수 없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기준과 제도화 여부인데 노사 양측이 자율 교섭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직접 조정안 마련에 들어갔지만 끝내 노조 측은 거부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후조정은 결렬 선언했다.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한 안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안에는 EVA 기준 OPI 제도와 기존 성과급 상한 50% 유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이 담겼다. 최승호 위원장은 "DS 특별경영성과급은 '국내 매출·영업이익 1위 달성 시' 즉 하이닉스보다 높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안건이다. 우리 성과를 외부 요인에 맡기는 것은 맞지 않고 일회성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렬 선언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지급 기준을 사실상 상시 제도로 제도화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노사 간 간극이 가장 큰 지점이다.


남은 변수는... 사측이 제기한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인용 여부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고,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되는 대표적 산업으로 꼽힌다. AI 수요가 폭증해서 향후 사이클이 없어질 것이란 일부 관측도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규모 투자설비와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장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의무적으로 성과급에 이를 배분할 경우 업황 둔화 시기를 대비하기 어렵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이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절대적인 배경이다. 실제로 글로벌 주요 반도체·테크 기업들이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럼에도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향후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대화 계획은 없으며 사실상 총파업 수순을 밟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역시 13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뜻을 밝혔다. 회사는 "정부가 어렵게 만든 사후조정이 노조의 결렬 선언으로 무산됐다.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고 우려하며 "노조는 경영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의 2차 심문이 진행 중이며 법원은 오는 20일 가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이 생산라인 점거나 반도체 설비 접근 제한 등을 폭넓게 인용할 경우 실제 총파업 강도는 상당 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총파업 사태, 크게 네 가지 상황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가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첫 번째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과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다. 법원이 생산라인 점거나 설비 접근 등을 제한하고 정부까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노조의 실제 파업 동력은 상당 부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 내부 균열까지 겹친 상황에서 사실상 파업 효과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업계가 가장 현실적으로 보는 '제한적 총파업' 시나리오다.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예고된 18일간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겠지만 노조 내부 균열과 협정근로자 법적 제약 등으로 실제 참여율은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최근 DX 중심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이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했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초기업노조와 갈등을 드러낸 상태다. 물론 핵심 변수는 20일 가처분 인용 결정이다.


세 번째는 정부 및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최악의 '풀스케일 총파업' 상황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노조 결집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뤄질 경우 생산라인 운영 차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 특성상 일부 핵심 설비 운영이 중단될 경우 수율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8일 파업만으로도 매출 손실이 4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HBM·파운드리 고객사 이탈로 인한 TSMC·마이크론 반사 수혜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시장 지위가 훼손되고 추가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초기업노조 측은 현재 '4만명이 참여하는 최대 40조원 피해 규모 총파업'을 언급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마지막 변수는 법원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나 노조 결집 여부를 떠난 정부의 긴급조정권 단일 카드다. 반도체 산업의 국가경제 파급력을 고려할 때 고용노동부가 직접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최대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지난 1969년 이후 단 네 차례만 발동된 극히 제한적인 조치다. 실제 발동 여부는 정치적 부담이 큰 변수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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