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짐 쌀까 고민하는 간호사들…“밤샘근무, 폭언에 번아웃”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12 11:36  수정 2026.05.12 11:39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간호사 이직 고려율 72.1%

3교대 간호사 75.2% “이직 고려”…3~5년차는 79.9%

인력부족·식사 거름·폭언 겹치며 현장 이탈 우려 커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제 간호사의 날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2026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이 3개월 내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교대 근무자와 3~5년차 간호사에서 이직 고려율이 높게 나타나, 불규칙한 근무와 인력 부족이 숙련 인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2026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보건의료노동자 4만5062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간호사는 2만9275명이었다.


조사 결과 간호사의 72.1%는 “3개월 내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보건의료노동자 이직 고려율인 64.6%보다 7.5%p 높은 수준이다.


근무형태별로는 3교대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이 7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2교대 71.0%, 야간전담 67.8%, 통상근무 63.6% 순이었다. 3교대 간호사는 통상근무 간호사보다 이직 고려율이 11.6%p 높아, 주간·저녁·야간 근무가 반복적으로 바뀌는 불규칙한 근무 형태가 이직 고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 직장 근속 기간별로는 3~5년차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이 79.9%로 가장 높았다. 이어 ▲6~10년차 75.5% ▲11~15년차 68.1% ▲1~2년차 64.5% ▲16~20년차 63.5% ▲21년차 이상 53.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 직장 3~5년차이면서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은 81.4%에 달했다.


간호사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무조건(48.9%)이었다. 이어 임금 25.2%, 직장문화 6.5%, 육아 5.2%, 건강 4.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간호 업무 자체 때문이라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간호사들이 업무 자체보다 인력 부족과 업무 강도, 교대근무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인력난에 대한 호소도 컸다. 직장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인력수준 불만족 응답이 72.2%로 가장 높았고, 업무량·노동강도 60.7%, 임금 58.4% 순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70.3%는 현재 근무 부서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서별로는 내과병동(79.9%)과 외과병동(79.2%)의 인력 부족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응급실 72.9%, 수술실 69.6%, 간호간병통합병동 68.8%, 중환자실(ICU) 65.4% 순이었다.


인력 부족은 식사와 휴식의 박탈로도 이어졌다. 간호사의 식사 거름 비율은 65.5%로 전체 보건의료노동자 평균(50.0%)보다 15.5%p 높았다. 특히 3교대 간호사의 식사 거름률은 80.5%로, 통상근무 간호사(25.7%)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제 간호사의 날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2026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폭언 경험 역시 간호사에게 집중됐다. 최근 1년간 업무 관련 폭언을 경험했다고 답한 간호사는 62.3%로, 전체 보건의료노동자 평균(54.3%)보다 8.0%p 높았다. 부서별로는 응급실이 74.0%로 가장 높았고, 간호간병통합병동 71.4%, 내과병동 68.6%, 외과병동 67.6% 순이었다.


수술실은 전체 폭언 경험률은 53.8%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의사에 의한 폭언 경험률은 38.6%로 전체 부서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조는 수술실 특유의 위계적인 근무 환경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동환경은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간호사의 번아웃 평균 점수는 5점 척도 기준 2.860점이었으며, 3점 이상인 간호사는 42.2%로 집계됐다. 번아웃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직 고려율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번아웃 점수가 1~2점 미만인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은 36.5%였지만, 3~4점 미만에서는 85.5%, 4점 이상에서는 95.6%까지 치솟았다.


위험요인이 누적될수록 이직 가능성도 높아졌다. 인력 부족, 식사 거름, 폭언 노출, 업무량 불만 등 4가지 위험요인에 동시에 노출된 간호사는 전체의 26.6%였으며, 이들의 이직 고려율은 86.7%에 달했다. 위험요인 7개 모두에 노출된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은 93.7%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 안전과 간호사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간호사 인력기준 제도화를 촉구했다. 간호사 이직 문제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닌 인력 부족을 중심으로 한 복합적인 노동조건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환자 곁에서 경험을 쌓은 간호사들이 무너지고 있고, 그 빈자리는 다시 신규 간호사와 남은 간호사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간호사들은 간호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병원 노동환경이 간호사들을 병원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인력기준을 법제화해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제도화하고, 인력기준은 실제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간호사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해서도 명확한 인력기준과 업무범위, 교육체계, 책임체계, 노동권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핵심 투쟁 과제로 ‘보건의료 인력기준 제도화’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확정하고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13일 산별중앙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원청 대상 집단교섭과 사업장별 산별 현장교섭을 진행하며, 교섭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7월 7일 산별 집단 쟁의조정신청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