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5월17일까지 예술의전당CJ토월극장에서 공연
서울예술단 40주년 라인업의 시작을 알리는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과 인생의 끝자락에서 다시 날아오르려는 노년의 시간을 함께 그려낸다.
이 특별한 여정에는 서로 다른 색깔로 채록을 빚어낸 빅스 이재환과 SF9 재윤이 함께한다. 덕출 역은 서울예술단 간판 배우 최인형이 묵직하게 이끌고 있으며, 두 배우는 아이돌 그룹 활동으로 다져온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발레리노 특유의 선과 분위기, 그리고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감정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채록이 가진 청춘의 근본적인 불안과 그 뒤에 숨은 순수함을 섬세한 결로 포착하며, 온기를 무대 위에 채워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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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운 경험이 많지 않았던 두 사람에게 가장 큰 과제는 짧은 시간 안에 채록이라는 인물의 몸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단순히 동작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발레리노 특유의 선과 태, 감정의 흐름까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기본기에 집중했다.
"발레를 한 2주 정도 배운 것 같아요. 날로 따지면 그렇게 길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진짜 발레 신동처럼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어깨 내리고, 팔 길게 뻗고, 시선 들고 그런 기본기를 많이 연습했어요. 저는 사실 춤 멤버가 아니었어요. 빅스로 활동할 때도 메인 보컬이었다 보니까 춤에 솔직히 자신은 없었죠. 그리고 뮤지컬이나 창작 가무극도 처음 해봐요. 뮤지컬을 하면서도 춤이 정말 힘든 작품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번에 하면서 부담도 많이 됐던 것 같고, 그래도 표정으로 좀 많이 순화를 시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이재환)
"처음 접해본 장르다 보니까 발레 기본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연습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빨리 습득하고 퀄리티를 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저도 춤 멤버는 아니긴 하지만, 열심히 따라 하고 습득하는 건 자신 있어서 개인적으로 빨리 흡수하려고 노력했어요. 다행히 제 예상대로 캐치되는 부분이 많아서 안무 감독님과 붙어 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빨리 체득하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재윤)
단순한 동작의 구현을 넘어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 몸짓에 담아내기 위한 두 배우의 노력은 무대 위 작은 디테일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채록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재환과 재윤은 각 장면의 감정 온도에 따라 움직임의 질감을 다르게 설정했다. 채록의 감정선이 깊어질수록 표현 방식은 보다 세밀해졌으며, 같은 발레 동작 안에서도 장면의 분위기와 심리에 따라 움직임의 결을 달리하며 무대 위 감정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쌓아 올렸다.
"손가락을 쓸 때도 발레리노 특유의 손 모양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손가락을 퍼뜨리고, 할아버지를 티칭할 때는 손끝을 모으는 식으로 감정에 따라 다르게 가져갔고요. 마지막에 달려 나와 점프하고 바닥을 휩쓰는 장면에서는 발레 동작이라기보다 제 감정들을 손끝까지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이재환)
"2막에 채록의 동무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은 클래식 발레보다는 컨템퍼러리한 느낌이 강해요. 감정이 크게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정리된 각도보다 감정에 따라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고, 그 외 장면에서는 기본기에 충실한 손끝과 발끝, 자세 같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재윤)
“재윤이 말대로 2막 초반에 분노 안무를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빅스 활동을 하면서 보여드렸던 컨셉추얼한 이미지를 많이 활용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아픔이나 슬픔을 대신 표현한다는 느낌으로요. 가슴을 치거나, 손을 뻗었을 때 눈을 가리는 동작처럼 뭔가 행위예술가 같은 느낌의 컨셉추얼한 표현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이재환)
ⓒ서울예술단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삶에서 지나온 시간과 경험들을 채록이라는 인물 안으로 끌어왔다. 꿈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겪었던 막막한 현실과 성장의 아픔, 그리고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며 마주했던 상실의 감정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단단한 토대가 됐다. 각기 다른 삶을 지나왔지만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진심을 꺼내어 인물과 동화하고자 노력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그 나이대에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가수를 꿈꾸며 서울로 상경하고 싶어 했던 마음이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막막함들이 채록이와 닮아 있다고 느꼈거든요. 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연습생 시절을 지나면서 시행착오와 고난이 많았는데, 그런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채록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 경험들을 많이 떠올리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재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노래를 했고 가수가 꿈이었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크게 없었던 편이라 하고 싶은 걸 많이 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도 계속 음악 생각하고, 가요제도 정말 많이 나갔거든요. 그래서 사실 채록이 상황 자체에 깊게 공감되진 않았어요. 채록이는 아버지도 아프고, 발레를 하고 싶은데 발목까지 다쳤잖아요. 반면 저는 성대를 정말 조심스럽게 관리했던 편이거든요. 대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답답함 같은 감정은 많이 공감됐던 것 같아요. 특히 올해 정말 친한 친구가 위암 4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건강이라는 게 정말 사람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리고 친할머니, 외할머니 돌아가시는 것도 제가 다 봤어서, 극 속 할아버지를 보면서 저희 할머니들이 많이 생각났고 제가 현실에서 겪었던 감정들을 많이 떠올리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이재환)
두 배우는 채록이라는 인물을 보다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외형적인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발레리노 특유의 선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몸의 균형과 움직임까지 세심하게 조율했고, 걸음걸이나 자세처럼 일상적인 습관들까지 캐릭터에 맞춰 다듬어 나갔다. 또한 무대 위에서는 감정 상태에 따라 몸의 긴장감과 자세가 달라질 수 있도록 표현의 차이를 세밀하게 가져가려 했다.
"외형적인 부분은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많이 신경 썼어요. 원래 웨이트를 좋아하는 편인데, 발레리노는 몸의 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근육량을 조금 줄였거든요. 의상도 핏이 드러나는 편이라 몸이 너무 커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2~3kg 정도 감량했고, 두 달 정도는 웨이트를 쉬고 러닝 위주로 운동했어요. 또 턴아웃도 많이 신경 썼는데, 발레 단원분들과 연습하면서 평소 걸음걸이까지 직접 물어봤어요. 생각보다 딱딱하게 걷지는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채록이도 너무 발레리노처럼 보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어요."(재윤)
"저도 원래 웨이트를 좋아해서 중량 운동을 많이 했는데, '킹키부츠'를 하면서 몸이 너무 커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한동안 운동을 쉬었어요. 이번 '나빌레라'에서는 중량보다 속근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몸을 만들었고, 체지방도 많이 줄여서 4.5kg 정도 감량한 것 같아요. 무대에서는 팔다리 선이 잘 드러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거든요. 또 채록이가 힘들 때는 어깨가 축 처져 보이게 표현하고, 반대로 안무를 하거나 할아버지를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어깨를 펴고 팔을 길게 쓰는 동작들을 많이 연습했어요."(이재환)
ⓒ서울예술단
같은 채록을 연기하게 된 두 사람은 인물 안에 공존하는 불안과 순수함, 그리고 성장의 결을 세밀하게 풀어내려 했다. 특히 현실에 짓눌려 날카로워진 청춘의 날 선 모습과, 덕출과 관계를 맺으며 서서히 드러나는 본연의 따뜻한 소년미를 명확하게 대비시켰다.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던 초반부와 진심을 나누며 변화하는 후반부의 차이를 극대화하여, 관객이 채록의 정서적 변화를 보다 밀도 높게 체감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제가 생각하는 채록이는 가족의 건강 문제나 금전적인 현실, 발목 부상 같은 스트레스 때문에 겉으로는 방황하고 예민해 보이지만, 내면은 굉장히 착한 친구예요. 1막에서는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친구의 날카롭고 거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 2막으로 갈수록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 안에서 소년 같은 순수함과 다정한 면모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했어요."(이재환)
"저는 채록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첫 등장 장면을 많이 고민했어요. 23살이면 굉장히 어린 나이인데, 채록이는 그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 큰 현실과 압박 속에 놓여 있잖아요. 그래서 또래보다 훨씬 철들고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고 싶었고, 반대로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처음에는 예민함과 분노를 드러내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그 나이대의 소년 같은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변화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채록이라는 인물이 처음 등장한 모습 그대로 끝까지 가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정의 차이를 더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재윤)
빅스와와 SF9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두 배우는 가수로서 다져온 무대 경험을 자양분 삼아,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무대 언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가수로 활동할 때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끈기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상황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어쩔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있더라고요.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이재환)
"저는 가수 활동과 뮤지컬 활동의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게 느껴지는 편이에요. 물론 가수 활동도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일이지만, 뮤지컬은 제 입에서 직접 대사가 나가고 상대 배우가 그에 반응하는 액션과 리액션이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어요. 발성도 조금 다르게 신경 쓰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기보다는 뮤지컬에서는 더 정확하고 전달력 있는 표현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사와 넘버 모두 관객에게 잘 전달돼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두 영역이 완전히 다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은 선상 안에 있지만 어디에 더 집중하느냐의 차이에 가까운 것 같고, 가수 활동에서는 노래의 분위기와 감정에 집중한다면, 뮤지컬에서는 보다 밀도 있고 정확한 표현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재윤)
"재윤이 말에 정말 공감해요. 가수 활동은 길어야 5분 정도의 짧은 무대지만, 뮤지컬이나 연극은 2~3시간 동안 이어지다 보니까 무대 위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에너지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늘 뭔가 3% 정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뮤지컬을 하면서 많이 채워지는 것 같거든요. 연출님이나 스태프분들도 '너는 진짜 무대 체질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연습할 때는 떨리고 실수도 하는데, 공연만 들어가면 또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요. 죄송해요, 제 자랑 같네요.(웃음) 팬들 눈빛을 보면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에너지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또 가수 활동 때는 카메라를 봐야 해서 관객과 직접 눈을 마주치기 어려운데, 뮤지컬은 객석과 호흡하고 배우들과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다르게 느껴졌어요."(이재환)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두 배우는 발레가 지닌 특유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자연스럽게 매료됐다고 입을 모았다. 몸의 선과 자세, 움직임에서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아우라를 새롭게 체감했고,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무대 위 자신들의 표현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발레 디테일하게 배우진 않았지만, 그 우아함이 되게 멋있는 것 같아요. 평상시에도 자세 교정이나 발 아치 교정, 무릎 교정도 좀 하고 있는데, 그 자세와 태에서 나오는 우아함이 사람을 멋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아우라가 생기는 것 같고요."(이재환)
"저희 그룹이 올해 10주년이라 곧 앨범 준비도 들어가는데, 이번에 발레를 하면서 안무적으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팀 안무 자체가 선이 드러나는 동작들이 많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캐치를 빠르게 했다고 느낀 것도, 원래 하던 안무들 안에 그런 선적인 움직임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발레 기본기나 군무 안에서도 선과 라인을 쓰는 움직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걸 저희 안무에 녹이면 훨씬 더 좋은 느낌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발레를 제대로 배워보면 앞으로 활동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재윤)
이지나 연출은 채록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전형성을 탈피해 무대 위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내길 원했다. 강조된 키워드는 인위적인 장치가 아닌 캐릭터 본연의 매력에서 배어 나오는 '분위기'였다. 발레 유망주로서의 자부심과 삶의 무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묘한 긴장감을 무대 위에 녹여내기 위해 연출자와 배우들이 나눈 고민의 흔적이다.
“연출님께서 채록이의 여러 가지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특히 섹시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드라마 '나빌레라' 속 송강 씨도 일부러 섹시한 포즈를 하거나 그런 동작을 하지 않는데도, 그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분위기와 매력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거든요. 채록이라는 인물도 발레를 하는 우아함이 기본적으로 있지만,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또 채록이가 처한 상황의 아픔이나 감정들을 더 극대화해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을 통해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표정이나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이재환)
“저도 비슷하게 섹시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1차원적으로 포즈를 취해서 보여주는 섹시함은 아니었고, 채록이를 연기하는 제 모습 자체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섹시함이 대체 어떤 느낌이지?'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근데 형이 말한 것처럼 결국은 채록이의 걸음걸이나 말하는 자세, 움직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연출님이 그런 분위기에 대해 설명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첫 연습 때 약간 좀 힘이 없는 채록이의 연습 버전이 하나가 있었는데 '채록이는 그러면 안 된다. 섹시해야 한다. 그 분위기가 나와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나빌레라'에서의 섹시함은 제가 했던 '도리안 그레이'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도리안은 살색도 보이고(웃음) 조금 더 직접적이고 비주얼적인 느낌이 있었다면, 채록이는 정말 탑 유망주가 가진 분위기나 아우라에서 나오는 섹시함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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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역인 덕출과의 호흡은 매 공연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특히 덕출을 연기하는 최인형 배우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눈빛의 온도에 따라 채록의 마음속에는 매번 새로운 물결이 일었다. 또한 작품이 가족과 꿈, 상실과 위로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두 사람은 무대 밖 자신의 현실과 기억들 역시 공연 안에서 자주 겹쳐졌다고 전했다.
"감정이 달라지는 순간들이 정말 많은데, 저는 할아버지가 갈비통을 싸 들고 연습실에 찾아오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채록이는 지원도 못 받고 현실적으로 막막한 상황인데, 할아버지가 해주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큰 위로가 되거든요. 그 장면에서 '할아버지가 발레를 계속할 수 있게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도 들고, 동시에 저 자신에게도 '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또 할아버지가 매 공연마다 주시는 반응이나 애드리브에 따라 저도 감정이 달라져서, 슬픔이나 기쁨, 걱정 같은 감정들을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이재환)
"저는 2막에서 할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휠체어에 앉아 계신 선배님 모습을 보면 지금도 감정이 계속 올라오거든요. 첫 연습 때도 눈물이 갑자기 차올랐고, 공연할 때도 선배님 눈만 마주치면 눈물이 터져서 일부러 피한 적도 있었어요. 그만큼 감정이 크게 올라오는 장면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예전에 엄마와 나눴던 대화들도 많이 떠올랐어요. 엄마가 나이가 들고 일을 그만두게 되면 뭘 하고 싶을지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엄마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꼭 엄마가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마음껏 울고, 위로도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재윤)
"저는 엄마랑 같이 대본을 맞춰보거든요. 엄마가 항상 도와주세요. 그래서 팬 콘서트나 뮤지컬도 늘 보러 오셨고, 이번에도 전화드렸더니 '왜 이제 전화했냐, 빨리 불러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엄마가 많이 해주신 말이 있는데, 사람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잖아요. 당장 두 시간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우울감에 너무 빠지지 말고, 흘러가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나면 공연 끝나고 혼자 집에 있을 때 공허함이나 슬픔이 오래 남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감정들을 잘 풀어내면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이재환)
기존 뮤지컬 제작 현장과는 확연히 다른 서울예술단만의 규칙적인 시스템은 두 배우에게 새로운 리듬을 선사했다. 정해진 일과를 함께하며 단원들과 가족처럼 어우러지는 과정은 외부 객원 배우로서 가졌던 막연한 우려를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꾸어 놓았다. 연습실을 벗어난 개인적인 시간조차 캐릭터를 향한 깊은 연구로 이어지며 무대 위 밀도를 높이는 귀한 밑거름이 되었다.
"주말에 연습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처음에 조금 조급함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연습은 잘 진행됐어요. 그 부분이 기존 작업들과 조금 달랐던 것 같고, 그 외에는 크게 다른 점은 못 느꼈어요. 오히려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제가 외부에서 들어온 만큼 잘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술단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셔서 자연스럽게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밥도 먹고 연습도 하고, 아침부터 퇴근까지 함께하다 보니 생각보다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재윤)
"주말에 연습이 없는 것도 되게 신기했어요. 저는 그 와중에도 계속 '킹키부츠' 공연을 하고 있었지만, 서울예술단은 10시에 출근해서 5시면 퇴근하잖아요. 그 시스템이 개인적으로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서 저만의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연습했던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이 장면에서는 어떤 표현을 해야 할까' 같은 고민들을 해볼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그런 숙제 같은 시간이 있었던 게 개인적으로는 되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이재환)
무대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뒤 찾아오는 긴장과 피로를 털어내기 위해 이재환과 재윤은 각자만의 일상적인 환기법을 찾았다. 팬들의 응원에서 본질적인 힘을 얻는 것은 물론, 러닝을 통해 몸의 활기를 깨우거나 독서와 취미 생활로 내면을 채우며 정서적인 균형을 맞춘다.
"저는 일단 팬들 보면서 풀고요. 푼다기보다는 에너지를 얻는 거죠. 이거 진심이고요. 그거 외적으로는 저는 생각보다 단순한 편이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오늘도 날씨가 좋았잖아요.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날씨가 좋으면 무조건 나가요. 나가서 광합성도 하고 커피도 하나 사 가지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하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찾은 해소법이 러닝이었는데요. 날씨가 좋은 날 러닝하면 활기가 좀 돋는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덜 피곤하고, 오늘 뭐 해야 할지 머리도 좀 빨리 돌아가고, 생명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러닝을 못 끊는 것 같아요."(재윤)
"러닝은 저도 재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뛰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날씨 보고, 햇빛도 받고, 밤에 뛰면 또 밤공기 느낌이 달라서 그게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친구들이랑 컴퓨터 게임도 하고, 웨이트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 것 같아요. 원래는 책을 잘 안 읽었는데, 최근에 유튜브 프로그램 MC를 하게 되면서 어휘를 좀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두 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되게 재밌더라고요. 소설도 그렇고요. 어제도 베스트셀러 책 한 권 사놨는데 아직 뜯지는 못했어요.(웃음)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이재환)
두 배우는 '나빌레라'가 단순히 꿈을 향한 도전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과 관객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누군가의 상처와 불안을 어루만져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대 위 인물들의 감정은 배우 자신들에게도 깊은 위안으로 남았다.
저는 나빌레라 공연을 하면서, 관객분들에게 위로를 많이 드릴 수 있는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되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끝까지, 마음이 다치더라도 끝까지 해보면 어떨까, 하고 싶은 일들 하고 계신 일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팬들이 퇴사를 많이 얘기하시고 힘들다고 하셔서, 제가 회사를 다녀본 적은 없으니까 완전한 공감은 안 되지만, 그래도 끝까지 한번 해보면 안 되냐고 말도 많이 했는데요. 그리고 공연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랑의 장면들, 정말 슬픈 모먼트들이 많은데, 그때 저도 되게 펑펑 울거든요. 나름 제가 힘든 것들을 무대 위에서 생각하면서 울면서 쏟아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저도 위로를 받고, 힘들었던 것들을 훌훌 털어내는 것도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나빌레라'를 보면서, 인생이 한 번인데 살다 보면 '내가 이걸 시작해도 될까, 너무 늦지 않았을까, 남들은 너무 일찍 시작했는데 나도 하고 싶지만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저 또한 할 때도 있고, 살면서 그런 순간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절대 늦은 게 아니라고 이 극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나빌레라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꼭 전달하고 싶고요. 발레와 뮤지컬이 같이 보여드리는 종합 예술이니까 그런 부분도 관전 포인트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고, 할아버지와 채록이의 깊은 감정 신들도 유심히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필모그래피에서 나빌레라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을 때는, 지금 공연이 막공까지 남았지만 굉장히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재윤)
이재환과 재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채록'들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한 지지와 위로의 말도 건넸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믿고 버티는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때로는 주변에 기대어 무거운 짐을 나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냈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든 발걸음이 결국 의미 있는 성장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나빌레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채록이 같은 친구들은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직 청춘이지만, 이 작품이 말해주는 것처럼 현실이 나를 절벽 끝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더라도 결국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나중에는 그 시간들을 의미 있게 돌려받는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지금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아무것도 안 풀린다고 느껴지더라도 꼭 버티고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물론 '뭘 아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힘든 시간 속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 차이는 정말 큰 것 같아요. 자기 선택을 믿고, 결국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믿어줬으면 좋겠습니다."(재윤)
“저는 힘든 짐들을 혼자 다 짊어지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 때도 '내가 이래도 되나' 하면서 미안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힘들 때는 주변에 기대고, 이야기를 하면서 혼자 버티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은 정말 많이 들어주고 위로도 해주거든요. 저는 말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믿어서, 주변의 이야기들도 많이 듣고 책도 읽으면서 그렇게 조금씩 버텨나갔으면 좋겠어요."(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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