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유류할증료, 5월 최고 33단계 적용
중동 긴장 완화 기대에 국제유가 하락세
항공권 가격은 ‘시차’ 두고 움직여
고환율·성수기 수요 겹치면 인하 체감 제한적
대한항공 항공기 ⓒ대한항공
#포지티브적 해석: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겠죠
#네거티브적 해석: 문제는 기름값보다 달러값
“기름값 떨어졌다는데, 항공권 가격도 이제 내려가나요?”
요즘 해외여행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이번달 들어 국제선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수준으로 뛰었는데, 최근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있거든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항공권 가격을 두달만에 100만원 이상 올린 주범, '유류할증료'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항공권 검색창에서는 분명 특가처럼 보였는데, 결제 마지막 단계로 가보면 갑자기 가격이 확 올라가는 경험, 최근에 많이 하셨을 텐데요. 바로 기름값, 즉 '유류할증료' 때문입니다.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기름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그야말로 천장까지 치솟았습니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된 3월 16일~4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11.21센트로, 최고 단계인 33단계 기준을 넘겼습니다.
지난 3월엔 6단계, 4월 18단계, 5월 33단계로 두 달 만에 거의 엘리베이터 타듯 꼭대기까지 올라간 셈이죠. 2016년 현행 체계가 도입된 이후 33단계가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니 자연스럽게 항공권 가격도 뛰었는데요. 대한항공은 5월 기준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최소 7만5000원에서 최대 56만4000원까지 부과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발권분부터 편도 기준 근거리 노선 8만5400원,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 47만6200원을 적용하고 있죠. 왕복으로 계산하면 장거리 노선은 항공권 가격이 100만원 안팎까지 증가한 겁니다.
무서운 항공권 값에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던 참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1.27달러로 전장보다 7.83% 떨어졌고, WTI도 배럴당 95.08달러로 7.03% 하락했습니다. 중동 사태가 더 악화될 거라는 공포가 조금 누그러지자, 유가에 붙어 있던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면 항공권 가격에도 바로 반영이 되는 걸까요? 아쉽지만, "바로는 어렵다"고 봐야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류할증료가 실시간 가격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국제유가가 오 내렸다고 내일 아침 바로 확 떨어지진 않잖아요.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는 그보다 더 느리게 움직입니다. 항공사들은 보통 일정 기간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을 보고 다음 달 유류할증료를 정하거든요.
이번 5월 할증료도 5월의 유가가 아니라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의 평균 항공유 가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니 5월 들어 유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이미 적용 중인 5월 유류할증료가 갑자기 내려가진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발권일 기준’이라는 점인데요. 항공권을 언제 타느냐보다 언제 사느냐가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유류할증료는 1개월 단위로 사전 고지되고, 탑승일과 관계없이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이미 산 항공권은 나중에 유류할증료가 내려가도 차액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오른다고 해서 추가로 더 받지도 않고요.
그러니까 8월 여름휴가 항공권을 5월에 샀다면, 실제로 비행기를 타는 건 8월이어도 5월 유류할증료를 내야합니다. 6월에 유류할증료가 내려가더라도 환급받을 수는 없죠.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그렇다면 유가 하락은 언제 반영될까요. 유가 하락세가 며칠 반짝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면, 다음 달 이후 유류할증료에는 낮아진 항공유 가격이 일부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는데요. 평균값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 급락했다고 바로 단계가 확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이미 산정 기간 초반에 항공유 가격이 높았다면 후반에 조금 내려도 평균은 여전히 높게 남을 수 있거든요.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환율인데요.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기본적으로 달러 기준 금액을 정한 뒤, 기준 유가 산정 기간과 같은 기간의 평균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바꿉니다. 유가가 내려가도 원·달러 환율이 높게 버티면, 우리가 실제로 내는 원화 유류할증료는 생각보다 덜 내려갈 수 있다는 거죠.
항공사 입장에서도 사정이 단순하진 않습니다. 항공유는 항공사의 영업비용중 약 30%를 차지하는, 가장 큰 비용인데요. 유가가 너무 급하게 오르면 항공사는 이미 비싸게 산 항공유 비용을 먼저 떠안고, 할증료는 시차를 두고 따라오거든요. 반대로 유가가 내려갈 때도 항공사가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해둔 연료, 환율 부담, 노선 운영비, 인건비, 공항 사용료 같은 비용이 남아 있죠.
여름 성수기 시즌이 가까워졌다는 점도 가격 하락에 대한 체감을 낮추는 요소입니다. 여름휴가철이나 추석 연휴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기본 운임이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기름값이 내려가도라도 소비자가 구매하는 총액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거죠.
올 하반기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가 그래프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유류할증료 공지일과 환율, 그리고 내가 사려는 노선의 좌석 상황까지 함께 따져봐야겠습니다. 항공권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그래서 더 얄밉게 움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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