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망’ 마련 논의에도…가난한 예술인들에겐 ‘그림의 떡’ [예술인 위한 ‘복지’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09 01:07  수정 2026.05.09 01:07

복잡한 과정이 높이는 '장벽'

기본소득제 등 필요한 제도 개선

2011년,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던 최고은이 생활고와 지병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것이 세상에 알려진 후 예술인들을 위한 ‘안전망’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명 ‘최고은법’이라고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을 시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대표적인 예다.


이 재단에서는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통해 예술활동준비금을 지원하고, 예술인들을 위한 생활안정자금을 융자해 주고, 예술인을 위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제도도 운영 중이다. 예술인 자녀를 위한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예술인들이 생활의 부담을 덜고 예술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를 제공 중이다.


국회 토론회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현장ⓒ예술활동증명TF SNS

2021년부터는 ‘신인’들을 위한 신진예술인 분야의 경우 항목을 나눠 진행하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이제 막 예술 활동을 시작한 신인 예술가는 자신의 2년 이내 활동에 대해 입증하기만 하면 예술인패스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예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우선 예술활동증명을 통해 ‘예술인’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활동증명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59.4%가 ‘미승인’ 판정을 받았으며, 폭주하는 신청으로 인해 심사까지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2년에 한 번 지급되는 300만원의 활동준비금을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예술인의 현실이다. 신진예술인 역시도 소득이 아닌 활동 횟수로 기준은 완화됐지만 ‘증빙 서류’를 바탕으로 한 심사를 거쳐야 하며, 예술인들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지원’으로 꼽힌 예술 활동 지원금은 청년예술인 예술활동 적립계좌 사업으로 개편됐다.


문제는 준비금 외에,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제도조차도 ‘모두가’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인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고용보험 가입은 사업주가 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한 후 대상 예술인을 근로복지공단에 피보험자로 신고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역시도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TV 플랫폼을 오가며 활동 중인 한 드라마 스태프는 “예술인 고용보험에 가입이 돼 있으면, 실업급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스태프에게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한 연극배우는 “작은 극단에서 활동하면서는 가입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하루빨리 다음 작품을 찾는 것이 급하다 보니 해당 제도를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 외에도 수년 동안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예술활동준비금을 받았던 조연 배우는 “준비금 지원 외 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으며, 한 드라마 작가는 “제도에 비해 갖춰야 할 서류 등 준비 과정이 복잡해 신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창작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크레딧, 계약서 등으로 예술인을 ‘입증’하기 어려운 분야의 경우 ‘미승인’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TF 비예술공간에서의 전시 및 공연을 하는 예술가를 비롯해 필명 또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도 아우를 수 있는 증빙 수단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가운데, 한 만화가는 예술활동지원 TF를 통해 “가난에 허덕이는 예술가를 위해 만든 제도가 어떻게 가난하지 않아야 예술가라고 하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제’ 등 예술인들의 안전망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문화인들과의 공개 간담회를 열고 “문화예술은 개인의 취미 활동이나 영업 활동, 그걸 넘어서는 공공자산이기도 하다.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건데 우리가 즐길 때는 공공의 자산으로 즐기지만 생산의 영역은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면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같은 것을 도입하자는 생각을 한다”고 밝히는 등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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