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방남’ 북한 여자축구…우연한 만남에 쏠린 시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5.06 08:21  수정 2026.05.06 11:08

내고향축구단 AWCL 4강전서 수원FC 위민과 격돌

2018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한 화해 무드 조성

북한 축구가 8년 만에 한국땅을 밟는다. ⓒ AP=뉴시스

북한 여자축구가 12년 만에 방남길에 오른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 속에서 이들이 가져올 파장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2025-26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참가 의사를 공식 전달했고,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선수단과 스태프를 포함한 39명의 방남 일정도 확정됐다.


북한 축구팀의 한국 방문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며, 여자팀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방문은 정치와 무관한 ‘국제대회 참가’의 연장선이다. 실제로 AWCL은 AFC가 주관하는 공식 클럽 대항전이며, 참가팀 역시 자국 리그 성적에 따라 자격을 얻는다. 북한 팀의 방남 역시 이에 따른 것으로 정부 간 협의나 남북 체육 교류 재개라는 명분이 선행된 것이 아니라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북한’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남북 관계는 군사적 긴장과 정치적 대립이 반복되며 사실상 단절 상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이 입국하고,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는 장면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관중과의 접촉, 경기 운영 과정에서의 교류 등은 비정치적 접점이 거의 사라진 현 시점에서 드물게 형성되는 현장 소통의 기회다.



2018 평창올림픽에 선수단 파견했던 북한. ⓒ 뉴시스

과거에도 스포츠는 남북 관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당시 북한은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까지 대거 파견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공동 입장 등은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이었지만, 그 출발점에는 스포츠가 있었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평창 올림픽은 분명 촉매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AWCL 4강전은 그때와는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이벤트가 아닌 민간 스포츠 대회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남북이 사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동 이벤트를 기획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제대회 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사된 ‘우연한 만남’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를 완전히 축소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 의도가 배제된 순수 스포츠 교류야말로 오히려 부담이 적고, 자연스러운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될수록 공식 채널은 닫히고, 비정치적 접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번 경기는 그런 측면에서 화해 무드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후의 흐름도 지켜봐야 한다.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추가적인 교류로 이어질지는 양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 예컨대 경기 운영 과정에서의 협력, 선수단 체류 기간 중의 대응 방식, 미디어 노출 수위 등은 모두 향후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작은 제스처 하나가 예상 밖의 파급 효과를 낳기도 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자 축구’라는 무대다. 남자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덜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긴장 완화의 시험대로 활용되기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 여자 축구는 국제 경쟁력이 높은 팀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경기 자체의 흥행 요소 역시 충분하다.


스포츠가 주는 효과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정치보다 느리지만, 더 오래 지속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평창 올림픽 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듯, 작은 만남이 큰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수원에서 펼쳐질 단 한 경기의 결과보다 그 경기 전후로 형성될 공기와 메시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