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산업 구조 전환 중심
2018년 대비 53~61% 감축 목표 설정
기술 상용화 지연 시 달성 차질 우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논의 수송분야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 7억4230만t을 기준으로 53~61% 감축하는 안으로 설정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구조 전환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감축 계획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과 국제 권고, 산업계 여건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전체회의를 열고 2035 NDC(안)과 제4차 계획기간(2026~2030)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안은 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018년 대비 53~61% 감축…범위형 목표 제시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기준연도(2018년) 7억4230만tCO₂eq 대비 53~61% 줄이는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연도 순배출량은 하한 3억4890만t(53% 감축), 상한 2억8950만t(61% 감축)이다.
이번 목표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권고, 2023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 산업계 여건, 미래세대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련됐다.
단일 수치를 제시했던 2030년 목표(40%)와 달리, 기술 진보와 경제 여건 등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해 유럽연합(EU)·호주·브라질 등 주요국처럼 범위형 감축목표로 제시됐다.
하한선(53%)은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와 연동되는 실질 관리 목표로, 상한선(61%)은 정부 지원 확대와 기술 발전을 전제로 한 지향 목표로 설정됐다.
정부는 기준연도와 목표연도의 배출량을 모두 순배출량으로 통일하고, 최신 통계기준인 ‘2006 IPCC 지침’을 적용해 감축률을 산정했다.
전력 68.8~75.3%, 산업 24.3~31.0% 감축 추진
부문별 감축목표는 전력 68.8~75.3%, 수송 60.2~62.8%, 건물 53.6~56.2%, 산업 24.3~31.0%다.
전력 부문은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송전망 확충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축소할 계획이다.
산업 부문은 연·원료 탈탄소화와 공정 전기화, 저탄소 제품 생산 확대를 추진하며 수소환원제철과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감축기술 개발 지원을 병행한다.
수송 부문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내연기관차 연비 개선, 대중교통 활성화가 중심이며 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그린리모델링 확산과 열 공급 전기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탄녹위에서 심의·의결된 2035 NDC(안)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제출할 예정이다.
2035 NDC의 후속 조치로 태양광·풍력·전력망·ESS·전기차·배터리·히트펌프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추진과제를 담은 ‘K-GX(그린전환)’ 전략을 관계 부처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16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이재명 정부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으로 설정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술·산업 구조 의존도 높아 실행력 과제
정부는 실현 가능성과 국제 기준을 함께 고려한 ‘책임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감축 효과의 상당 부분이 기술 상용화와 산업 구조 개편 속도에 달려 있어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산업 부문은 전체 배출량의 40%를 차지하지만 감축률은 24.3~31.0% 수준으로 제한됐다. 이는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핵심 기술이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고 상용화 시점이 늦어질 경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도 생산공정의 전기화가 제한적이어서 에너지 공급망 안정과 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전력 부문도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9%로 OECD 평균(34.4%) 대비 크게 낮다. 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 부문을 68.8~75.3%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송전망 확충과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감축 속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송과 건물 부문도 무공해차 보급률, 제로에너지건축 확산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30년 NDC 달성 과정에서 지연된 재생에너지 확대, 기술 상용화 속도, 제도 이행력 부족이 반복될 경우 2035년 목표 달성 역시 쉽지 않다는 평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태양광, 풍력, 전력망, ESS 전력망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추진과제를 담은 일명 K-GX 전략을 산업계 등과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수립하겠다”며 “12차 전력수급계획에 참여해 탈탄소 로드맵을 조속히 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뿐 아니라 산업과 수송, 건물, 자원 순환, 흡수원 등 각 분야 세부 이행계획도 수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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