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 매체가 '참고용'으로 올린 그림 확산돼
행안부·소방청 "검토한 적도 없고 만든 적도 없어"
네티즌들 "이런 것도 성별 갈라치기 소재로 써먹나"
정부가 비상구 표지판에 치마 입은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방안(그림)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확산되자 행정안전부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안이 계속 퍼져 나가고 논란이 확대되자 행안부와 소방청은 "애초에 검토한 적이 없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14일 행안부·소방청 및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행안부가 검토한 적도 없고 해당 도안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비상구 유도등은 행안부 소관이 아니라 변경 등을 검토할 수 있는 부서 자체가 없다"고 했다.
지난 12일 일부 언론에서는 행안부를 인용해 재난 대피소를 일원화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비상구 유도등 도안에 여성 그림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참고용'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픽토그램이 들어간 구체적 도안까지 제시됐다. 현재는 성별불상의 사람 그림이 들어가는데, 이 그림이 남성만을 상징한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비상구 유도등 도안은 1972년 일본 오사카의 한 백화점 화재 이후 일본 정부가 공모를 거쳐 만든 것으로, 1987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의해 채택돼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52년간 사용해온 비상구 유도등 도안 교체가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이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비상구 그림 보고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국민 혈세 낭비하지 마라", "남자를 표현한 게 아니고 사람을 표현한 거다. 한심한 발상", "여자는 치마를 입고 긴머리를 한다는 건 구시대적 사고", "이런 것도 성별 갈라치기 소재로 쓰냐" 라는 등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
이에 정치권에서마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최근 탈당한 허은아 전 국회의원(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금 녹는 소리가 들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비상구 마크를 보고 남자만 대피하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시민들 가르치려 들지 말고 생각이란 것을 좀 하라. 전형적인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하는 엘리트 정치의 풍경이다. 시민들은 비상구 마크가 어떻니, 누가 무슨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니 관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행안부와 소방청은 "여성 상징 픽토그램은 정부의 시안이 아니며 (언론사가) 임의로 제시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며 세금 낭비도 없다"는 내용의 공동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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