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 잉여액 1년 새 43% 늘어
새 회계기준 시행 앞두고 숨통
보험사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보험사들이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용자본이 1년 새 7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가동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둔 준비금 가운데 남은 돈을 가용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는데, 금리 인상 효과에 힘입어 관련 금액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달라지는 규제를 앞두고 재무 건전성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보험업계에 완화된 규제가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9개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은 총 245조8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했다. 액수로 따지면 73조7204억원 증가했다.
LAT는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LAT 잉여액이 플러스(+)라는 건 그 만큼 책임준비금을 여유 있게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LAT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IFRS17은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가입 당시 금리가 반영되면서 보험사의 부채는 커지게 되는데, LAT는 이를 미리 추산한 값이다.
업권별로 보면 우선 생보업계의 LAT 잉여액이 149조87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5.9%(68조8879억원)나 늘었다. 삼성생명(40조7893억원)과 한화생명(19조683억원), 신한라이프(17조4807억원), 교보생명(16조1237억원) 등의 해당 규모가 10조원 이상으로 큰 편이었다.
손보업계의 LAT 잉여액 역시 96조7269억원으로 5.3%(4조8325억원) 증가했다. 현대해상(18조4874억원)과 DB손해보험(16조4037억원), 삼성화재(16조2157억원), 메리츠화재(13조1209억원), KB손해보험(11조4332억원) 순으로 LAT 잉여액이 많았다.
보험사 보험부채적정성평가 잉여액 추이.ⓒ데일리안 부과우 기자
보험업계의 LAT 잉여액이 이처럼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리 상승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 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채권 금리도 함께 오름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부채의 시가평가액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효과가 벌어지면서 LAT 잉여액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보험사의 LAT 잉여액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건 최근 이뤄진 규제 완화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말 지급여력(RBC) 비율 산출부터 보험사의 LAT 잉여액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장 몇 개월 뒤면 IFRS17을 공식 시행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이 같은 변화는 숨통이 트이는 조치일 수밖에 없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는 시가평가로 인해 증가하는 부채만큼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린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보험업계를 둘러싼 재무 건전성 논란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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