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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가려운 곳 긁어주던 오은영…자극적 전개 속 무색해진 ‘매직’


입력 2022.04.24 14:58 수정 2022.04.24 15:0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써클하우스’ 대국민 상담 프로젝트 앞세우고도 부족한 공감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읽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던 오은영 박사가 최근 ‘써클하우스’, ‘미친사랑X’ 등을 통해 상담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오 박사의 날카로운 분석과 공감 가는 조언, 뭉클한 위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프로그램들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목을 끌면서 오 박사의 잘못된 활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오 박사가 지난 2월부터 ‘써클하우스’를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상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SBS가 신년특집으로 마련한 10부작 대국민 상담 프로젝트로, 오 박사를 비롯해 배우 이승기, 한가인, 노홍철, 리정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청춘들의 고민을 듣고, 조언 또는 위로를 건네고 있다.


ⓒSBS 캡처 ⓒSBS 캡처

채널A 육아 예능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이하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부모들의 육아 고민을 해결해주며 청춘들의 공감까지 끌어내던 오 박사가 이번에는 2030세대를 직접 겨냥하며 기대를 모았었다. 육아, 또는 연예인들의 고민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으며 공감하던 청춘들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더욱 진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화려한 라인업을 앞세웠지만, 현재 3%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젊은 꼰대, 비혼, 파이어족, 5포세대 등 청춘들의 관심 키워드를 꾸준히 담아내고는 있지만, 오히려 ‘공감이 안 된다’는 반응을 얻기까지 한다.


출연자들의 사연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탓에, 그들의 고민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지 못한 탓이 크다. 수입을 전부를 취미생활에 투자하는 카푸어족부터 16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싶은 커플이 출연하는 등 대다수의 주제를 극단적으로만 풀어내면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들의 행동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오 박사의 진지한 상담 내용이 담기기도 하지만, 극단적 키워드들 속에서 시청자들이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무엇이든 물어보살’, ‘진격의 할매’ 등 사연의 독특함으로 이목을 끄는 여느 상담 프로그램과 큰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도도 낮아진 셈이다.


앞서 ‘미친사랑X’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전개로 오 박사의 날카로운 분석을 무색케 한 바 있다.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벌어지는 범죄·살인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해 범인과 심리를 추리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무속인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엄마, 이모부와 성노예 계약서를 작성한 조카, 농약으로 만든 환으로 남편들을 독살한 아내 등 각종 충격적인 사연들이 담겼었다.


다만 이 사연들을 재연 드라마로 풀어서 담아내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줄거리와 시각적인 비주얼들이 강조돼 전달되면서 결국 남는 것은 사연에 대한 충격뿐이었다. 전문가들의 진지한 분석은 마치 사연을 담아내기 위한 보조적인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두 프로그램 모두 오 박사의 조언보다는 출연자들의 사연 내용에 방점이 찍히면서 ‘오은영 매직’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공감을 위해서는 상담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다 보니 전문가의 발언이 힘을 얻지 못한 것이다.


현재 MBC에서는 오 박사가, 함께 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위기의 부부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는 ‘오은영 리포트-남남부부’ 10부작을 준비 중이다. 현실적인 사연들을 예고하면서 “민감한 주제를 때로는 19금 연령 제한을 달고서라도 낱낱이 해부해 방송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오 박사의 상담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캐스팅에 나서고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는지에 따라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출연한 출연자들이 털어놓는 아픈 이야기들과 이를 진지하게 경청하며 건네는 진심 어린 조언 등 육아 예능에서 시작된 오은영 열풍의 본질을 생각 해봐야 할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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