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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소음들①] 눈뜰 때부터 잠들때까지…내가 선택한 ‘소리들’


입력 2022.04.19 13:21 수정 2022.04.19 13:2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ASMR의 기능적 효과 만족, 공해 가라앉히는 역할"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


1979년 버글스의 히트곡으로, 쏟아지는 영상 매체로 인해 라디오 드라마 스타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을 담았다. MTV는 개국 당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첫 곡으로 선정하며 상징성을 더했다. 2022년에서 돌아보자면, 결과적으로 이 예언은 적중하지 못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화려한 시각 콘텐츠와 비교해 청각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리일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고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라디오 형식과 결합한 ASMR, 백색소음, 롤플레이 등이 '듣는 문화'의 또 다른 영역을 만들었다. 눈 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소리와 함께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선택할 수 있는 '소리'인 ASMR, 백색 소음 등은 현대인들의 또 다른 '라디오'가 된 셈이다.


‘수학 공식으로 귀 녹여버리는 '로키' 톰 히들스턴’, ' 'ASMR 깊은 수면을 위한 헤어스파', '슬라임 ASMR', '젤리 먹방 ASMR' 유튜브에 'ASMR'를 입력하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영상이 보인다.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특정 상황을 연출해 청각을 중심으로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등의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2010년 무렵 미국, 호주 등지에서 먼저 유통됐으며 쏟아지는 다양한 장르의 영상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은 심신의 안정과 힐링을 얻기 위해 AMSR을 찾기 시작했다.


백색 소음은 넓은 음폭의 소리를 이용해 주변 소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백색소음은 파도 소리', 여름에 내리는 빗소리, 벽난로 장작 소리 등의 백색소음은 편안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과 함께 인간 뇌파와 알파파를 동조시켜 심리적 안정을 불러온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야외 활동과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간접 경험을 위해 각국 도시 소음으로 이루어진 영상이 인기다. 백색소음과 음악을 넣어 제작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형태의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일상 속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향수에 젖거나 간접경험으로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2010년 제니퍼 엘렌에 의해 AMSR 이란 명칭이 확립되기 전인 과거에도 유사한 콘텐츠가 있었다. 특정한 소리를 반복해 소리를 듣고자 도서관 소음을 녹음해 집에서 공부하거나, 비가 오는 소리를 녹음해 듣기도 했다. 개인이 만들어 혼자 즐겼던 이 같은 콘텐츠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리를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

예를 들면 일상의 소리뿐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 속 상황을 재현한 ASMR 영상이 이에 해당한다. '지브리 모닥불 ASMR', 'ASMR 마녀 배달부 키키, 따뜻한 빵집 베이킹 요리 백색소음', '연필 소리 가득한 시즈쿠의 방', 'ASMR 지브리 덕후를 위한 고요한 숲속 다다미방', '공부할 때 듣는 호그와트 시험기간', '봄 그레이트홀에서 자습하기', '늦은 밤 헤르미온느의 방','ASMR 짱구네 집에서 낮잠 자기', 'ASMR 짱구의 여름방학'등은 소리의 반복과 함께 공간을 떠올리는 이미지를 걸어놓고 그곳에 실제 있는 듯한 느낌을 줘 재미를 더한다.


이같은 콘텐츠가 다양화되자 기업들의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과거 슬라임을 만지는 소리를 제작한 ASMR 영상은 한때 '슬라임 열풍'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를 인식해 식품 분야는 먹는 소리를 ASMR로 제작하고 미용 분야는 메이크업을 하거나 마사지를 하는 영상들을 만들어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지니 뮤직은 지난해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해외 최초 회고 전시회에서 음악을 맡아 뉴에이지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일명 백색소음으로 불리는 ASMR 음악을 선곡했다. 연예인들도 ASMR로 자기소개를 하고 가사를 읽는 등 홍보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ASMR이나 백색소음이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는데도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이젠 콘텐츠 내용을 들여다보고 소비하는 것보다 콘텐츠 자체 효과로 소비하는 문화를 중시한다. 실제로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내가 뭔가 효능을 느끼는 것을 신경 쓰는 상황에서 ASMR의 경우 충분히 기능적인 효과가 있다.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사회에서 ASMR은 공해를 가라앉힐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콘텐츠들의 기능들은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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