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조선팝 어게인 송가인’
설 연휴 국악·트로트로 선사한 즐거움
KBS가 이번 설 연휴에는 방송인 송해와 가수 송가인을 통해 대기획의 색깔을 이어갔다. 가수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에 이어 송해, 송가인 또한 새로운 장르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지난 2020년 추석 나훈아가 ‘전국민 안방 대통합’을 이뤄냈었다. KBS가 추석 연휴 첫날 방송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이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29%를 기록했던 것이다. 방송이 끝난 이후에는 온라인, SNS에서 콘서트 시청 후기들이 쏟아지는 등 뜨거운 화제를 모았었다.
이날 나훈아는 1000명의 온라인 관객들을 향해 언택트 공연을 펼쳤었다. 15년 만에 출연한 방송이었지만, 파워풀한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매너를 뽐내며 온라인 관객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 공연은 다시보기, VOD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고, 이에 추석 연휴 첫날 TV 앞에 가족이 모여 ‘본방 사수’를 하는 풍경들이 펼쳐졌었다.
이후 KBS는 지난해 추석 심수봉의 ‘피어나라 대한민국’을 통해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으며, 지난 연말에는 ‘We’re HERO 임영웅 단독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추석과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맞춤형 캐스팅과 완성도 높은 무대로 선사하는 특별한 감동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KBS 대기획에 대한 색깔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때는 추석, 설날 등 명절 연휴만 되면 스타들이 총출동해 왁자지껄하게 게임을 하는 특집 방송들이 명절 분위기를 조성했었다. 수다 떨고 게임을 하는 특별할 것 없는 포맷이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편안함을 무기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소환했었다. 최근에는 아이돌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MBC가 ‘아이돌 스타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 시리즈를 수년간 꾸준히 방송했었다. 그러나 아이돌들이 체육 실력을 두고 겨루는 ‘아육대’ 시리즈는 포맷 특성상 부상을 당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겨났고, 이에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낮은 시청률과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며 ‘아육대’ 시리즈도 중단된 상태다.
각 방송사에서 특집 프로그램들을 방송 중이지만, ‘아육대’ 시리즈처럼 명절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더 이상 만나기 힘들어졌다. 각 방송사들도 명절 연휴를 맞아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지만,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이 이뤄지곤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KBS가 대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올해는 송해와 송가인이 그 역할을 했다. 송해는 트로트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송가인은 국악 콘서트로 추석 시청자들을 만났다.
먼저 1월 31일 방송된 KBS 설 대기획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는 송해의 96년 인생을 담은 헌정 무대들이 이어졌다. 특히 이 무대들은 유년 시절부터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국민 MC로 자리 잡기까지, 송해의 드라마 같은 일대기와 함께 어우러져 기존의 콘서트와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했다. 초대형 이동 세트까지 동원하며 구현된 이야기와 송해를 비롯해 가수 정동원과 영탁 등 송해의 과거를 연기한 후배 가수들의 다채로운 무대들도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12.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결과와 의미를 모두 잡았다. 지난 1일에는 송가인이 110분 동안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단독쇼 ‘조선팝 어게인 송가인’의 주인공이 된 송가인은 이날 국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선사했다. 민요, 창극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느끼게도 했다.
TV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스타와 공연을 만나는 재미는 물론, 공을 들여 완성한 무대들이 주는 감동도 컸다. 무엇보다 KBS와 명절 연휴에 어울리는 맞춤형 기획으로 TV 앞에 전 세대를 모이게 하는. 흔하지 않은 풍경을 다시금 만들어낸 것이 의미를 남긴다. 결국 전형적인 특집에서 벗어난 새로운 기획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