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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를 위한 변명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2.01.20 07:00 수정 2022.01.20 04:5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이 문화재 관람료에 문제 삼은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다. 불교계는 정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며 21일 전국 승려대회를 봉행하기로 했고, 이른바 ‘이핵관’(이재명 측 핵심 관계자)이 정 의원을 찾아가 탈당을 요구했다고 하니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셈이다.


정 의원의 '입'이 문제였다. 그는 해인사와 내장사의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가 각각 3.5km, 2.5km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통행세"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각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기도 했다. 졸지에 등산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존재로 만들었으니 불교계가 단단히 뿔이 날법 하다.


그렇다고 정 의원이 탈당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답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정 의원이 제기한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예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편의상 한 매표소에서 징수하다가,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사찰을 관람하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등산객들의 민원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이 신중하게 고려해 입법적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으나 방치한 측면이 크다.


불교계 반발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축복식에 신부와 수녀를 초청하고 역대 정부 최초로 교황청에 특사를 파견하며 자신의 신앙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 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캐럴 활성화를 위해 국가 예산을 들여 홍보에 나선 것 역시 불교계를 불편하게 했던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필 개신교 신자인 정 의원이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교계를 폄하했으니 누적된 불만이 일거에 표출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정 의원이 대전·세종·충남 유일의 불교종립 사립학교인 보문고 출신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후보가 매타버스 일정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일요일마다 지역의 교회를 방문해 예배하는 모습이 보도되니 감정은 더욱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후보가 주말마다 교회를 찾고 어떤 교회인지 시시콜콜 보도가 이뤄지는데 무교인 내가 봐도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정 의원 발언에 문제가 있었고 사과할 시기를 놓친 것도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했다. 이핵관의 탈당 요구는 사실상 정청래 희생양 만들기에 가깝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와 종교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단초를 제공했다고 하나 대선 표심을 매개로 정당의 인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당이 정 의원을 출당시킬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정 의원이 누구인가. 가장 먼저 "'인간 이재명'을 흐느끼며 읽었다"고 밝힌 이 후보의 우군 아니던가.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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