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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안했네? 알아챈 남친이 밟은 엑셀에 여동생은 죽었다"


입력 2021.09.24 17:59 수정 2021.09.24 17:05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한 남성이 제주도에서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가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의 언니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제주도 오픈카 사망사건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주도 오픈카 사망사건 ⓒSBS '그것이 알고싶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몬 제주도 오픈카 사망사건의 친언니 입니다. 부디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숨진 피해자의 언니라 밝힌 청원인은 "2019년 11월 10일 새벽 1시경 동생은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음주운전으로 발생되었고, 가해자는 만나던 남자친구였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고, 동생이 떠난 지도 1년이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너무나 처참하게 슬프고 가엽게 떠난 제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인 언니의 마지막 책임감이다. 부디 관심 가져주시고,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큰 충격으로 (동생은)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머리를 크게 부딪혀 뇌 수술만 5번, 갈비뼈는 부러져 폐를 찔렀고 쇄골뼈까지 어긋난 상태로 당시 총 10번의 대수술을 했다"며 "결국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동생은 투병 9개월 만에 뇌 손상으로, 그토록 아름다웠던 젊음을 펼치지도 못 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남자친구였던 B씨에 대해 청원인은 "동생이 생과 사를 오가며 사경을 헤맬 무렵, 가해자는 당일 저녁 사실혼 관계를 동생 친구에게 주장하며 둘 관계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며 "동생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죄책감과 슬픈 모습은커녕 덤덤한 모습을 유지하고,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는 가해자를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이튿날, 가해자가 서울을 가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본인의 노트북과 물건을 가지고 나와 동생의 집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일이었다"며 "사고를 낸 가해자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볼 수 없는 침착한 모습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위중함보다 더 급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2019년 11월 12일 A씨의 휴대전화에서 음성 파일을 발견했는데, 이는 사고가 난 순간을 포함해 1시간 가량의 상황이 녹음된 파일이었다는 것. 그는 "녹취파일을 듣고는 너무나 진정이 되지 않는 마음과 온몸이 떨려 쇼크를 받아 정신을 잃을 정도의 큰 충격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음성파일에는) '헤어지자'는 가해자의 음성과 그런 그를 붙잡는 동생의 음성으로 시작됐다"며 "펜션 앞 주정차 후 다시 출발하자마자 서로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말했다. '그럼 집에 가'라는 동생의 말과 함께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가해자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며 질문했다. 동생이 '응' 하고 대답하는 순간 가해자는 액셀을 밟았다. 굉장한 액셀 굉음과 함께 동생의 비명소리로 끝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작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였다"며 "차가 출발했던 시작점과 사고 지점은 불과 500m다. 출발 후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고, 제 동생은 그렇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도 없이 다시 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 내비게이션에 시간도 뜨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114㎞로 급가속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음성녹음을 비롯해 별개로 남아있던 동영상에서도 B씨가 동생의 말에 동문서답으로 대답하는 등 살인의 고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피할 수 없던 비극적인 사고라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당시 현장에 왔던 경찰과는 수사에 협조하며 멀쩡히 대화하는 영상이 기록되어 있다"며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며 라면을 사러 가는 길이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주의라고 주장을 한다. 만일 그런 거라면 왜 '안전벨트를 해야지!'라고 하거나 또는 기다려주지 않고 안전벨트를 안한 걸 인지하고도 급과속을 한거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청원인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가해자는 본인 휴대폰으로 변호사 선임, 사실혼 관계, 음주운전 방조죄를 검색했다"며 "생채기 하나 없는 몸으로 형사 처벌을 피해 감형만 받으려 하며 본인의 안위 만을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낸 사고로 인해 여자친구가 대수술을 거쳐 머리를 제대로 닫지도 못하는 상황에도 덤덤하게 앉아 그날로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어떻게 사고가 난 거냐 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오픈카 렌트도, 제주에 오자고 한 것도 전부 동생이었다더라. 그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며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책임을 동생에게 전가했다"고 했다.


게다가 B씨는 사고 당일 이후로는 병원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으며 동생이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다고 청원인은 분통을 터뜨렸다.


끝으로 청원인은 "젊고 한창인 나이에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동생의 억울함을 철저한 조사로 제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모든 진실이 드러나 정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B씨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난 1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B씨의 어머니는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사람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어떻게 면회 한 번을 안 올 수 있느냐"면서 "우리 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4일 오후 3시 4차 공판을 열 예정이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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