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서유기’ 등 메가 히트… 국내서도 BL 등 마니아층 겨냥 제작 활발
짧은 러닝타임 속 날 것의 재미 호평
세트장과 카메라는 물론, 배우까지 없는 드라마 촬영장이 가능해졌다. 대본 집필부터 영상 생성과 편집까지. AI(인공지능) 기술로만 이뤄진 드라마가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AI 드라마의 가능성을 먼저 입증한 곳은 중국이다. 1분 내외의 빠르고 자극적인 숏폼 드라마로 젊은층을 사로잡았던 중국은 최근 AI 숏폼 드라마로 가성비를 극대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1월~8월 공개된 숏폼 드라마는 43만 편으로 지난 한 해 제작된 숏폼 드라마의 13배 수준으로 성장한 가운데, AI 숏폼 드라마 비중은 9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편 드라마에서도 100% AI 드라마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후난위성TV의 오후 8시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AI 드라마 ‘후서유기’가 최근 동시간대 중국 성급 위성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등 특유의 감성이 담긴 AI 숏폼 드라마가 온라인상에서 회자가 되는가 하면,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BL(Boys Love) 장르에서 100% AI 제작 시도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최근 ‘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따라왔습니다’는 B급 감성이 느껴지는 전개로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탔다.
영화, 드라마 시장에서도 AI 비중은 커지고 있었다. 100% AI 툴로 제작된 AI 영화 ‘스틸레이’가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SBS ‘김부장’은 배우 소지섭의 연기와 화려한 액션을 AI로 완성한 바 있다. 3분 30초의 길지 않은 분량이었으나, 이질감을 최소화하면서 촬영비까지 절감한 긍정적인 사례를 남겼다. 현재 방송 중인 ENA 드라마 ‘신병4: 사보타주’에서도 상상 속 전쟁신 등 일부 장면을 AI로 완성했으며, KBS 대하 사극 ‘문무’에서도 전쟁 등 몹신에서 AI를 활용한다.
시청자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김부장’의 해당 시퀀스는 영상 퀄리티면에서 합격점을 받았으며, AI 숏폼 드라마의 경우, 특유의 어색함이 되려 B급 감성을 강화하는 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기존 드라마의 매끄러운 영상과 비교되는 AI 드라마만의 ‘날 것’의 재미를 신선하게 느끼기도 한다. BL 드라마 역시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주인공들의 비주얼에 만족감을 표하는 반응이 나오는 등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유연함에 AI 드라마 가능성도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물론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기존 콘텐츠의 저작권 및 초상권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스틸레이’를 연출한 설우인 감독은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특정 연예인 한 명을 그대로 참고하지 않고 여러 이미지에서 최근의 외형적 경향을 분석, 캐릭터를 설계했다며 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창작자가 사용한 자료와 제작 과정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저작물과 자료를 활용했고,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창작자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루빨리 관련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작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AI 드라마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매력을 인정받는 것엔 성공한 모양새다. 명확한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고 온전한 장르로 나아갈 수 있을지,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AI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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